중국 대륙의 밤을 엄청난 따창진(大長今) 열풍이 휩쓸고 있다.
지난 1일 후난(湖南) 위성TV를 통해 첫 방송을 시작한 대장금은 단 열흘 만에 시청률을 동 시간대 최고인 12% 선까지 끌어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시청률 계산방식이 우리와 다른 중국에서 이 정도 시청률은 거의 우리나라의 ‘국민드라마’ 수준. 밤 10시에서 1시간40분간 방영시간 동안 전 중국에서 무려 1억6천만 명이 잠 못 든 채 대장금의 언행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고 있다는 계산이다.
후난 위성TV 총편집실 리하오(李浩) 주임은 “전국 31개 성시 평균 시청률이 최근 3일마다 3%씩 오르고 있다”며 “몇 년 전 중국대륙을 열광케 했던 ‘황제의딸’ 방영 때의 반응을 훨씬 능가한다”고 흥분했다.
이 같은 열기에 편승, 웹사이트들은 대장금 특별코너를 통해 매일 방송예고를 내보내고 있고, 신문 잡지들은 연일 대장금 특집과 함께 “왜 중국에서는 이런 드라마를 만들지 못하느냐”는 등의 자성(自省) 기사들을 쏟아 내고 있다. 특히 최근 ‘베이징청년보’에 실린 기사는 세간의 큰 화제가 됐다.
이 기사는 ‘중국이 대장금에 중독됐다’는 제하에 ‘전형적인 장금 마니아의 증상’을 열거했다. ‘휴대폰 벨소리는 대장금 주제곡(오나라, 오나라~)으로 하고, 컴퓨터 탁자 주변은 온통 드라마 사진들로 가득 채우고, MP3는 전부 대장금 음악이며, 대장금 노래를 한국말로 1분간은 따라할 수 있고, 밤마다 대장금을 보느라 팬더눈이 된다’는 등이다.
당연히 대장금 비디오나 CD는 베스트셀러가 돼 있고, 지난 5월 출판된 동명소설 ‘대장금’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창진미(長今迷)라는 대규모 팬클럽이 결성됐는가 하면 드라마 상의 ‘옥에 티’를 찾아내는 모임까지 생겨났다. 음식점들은 앞 다퉈 ‘장금 요리’등의 메뉴판을 내걸고 있으며 여성들 사이에선 난데없는 ‘장금이 가방’이 인기패션상품이 됐다.
최고 인기는 역시 주인공 이영애다. ‘산소 미용’등 한국식 미용이 유행하고, 베이징과 상하의 등지의 대도시 성형외과의원들은 이영애 사진을 들고 와 “똑같이 고쳐달라”고 요구하는 젊은 여성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중국 배우 장궈리(張國立)는 “중국의 영화, 드라마는 갈수록 상업성만 추구하는 반면 한국 드라마는 충실한 스토리와 함께 정(情), 예의 등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고 대장금의 인기요인을 분석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