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9 6자 회담 공동성명에서 언급한 경수로는 한국 주도의 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KEDO)가 짓다 중단한 신포 경수로와는 다른 새로운 경수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를 ‘9ㆍ19 경수로’라고 불렀다.
신포 경수로 중단의 대안으로 한국이 내놓은 대북 송전 중대제안이 공동성명을 통해 재확인되고, 신포 경수로 건설반대를 선언했던 미국이 경수로 제공논의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이번 경수로는 분명 신포 경수로가 아니다.
그러나 새 경수로는 ‘기회의 창’ 속에 있는, 아직은 개념 속에만 존재하는 경수로이다. 다시 말해, 현 단계에서 새 경수로는 ‘북한의 경수로 보유권’ 정도를 의미한다.
정부 당국자들은 “경수로 제공 논의는 핵 폐기가 상당히 진행돼 북한이 핵 보유로 복귀할 수 없을 때 시작된다”며 “그때 가서 경수로 제공 문제가 논의될지는 누구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 당국자는 “이 문제는 살아있는 생명체와도 같다”고 표현했다.
당국자들은 이와 함께 경수로 논의의 불확실성을 강조한다. 앞으로 2~3년 후 경수로 제공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한국 등 5개국의 컨소시엄 구성,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재원 조달 방식 등이 쉽게 결론이 나올 수 있는 문제가 아닐 뿐더러 건설기간도 6~10년 가량 소요돼 장래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한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의 정권이 교체되는 등 현실적 건설 동력도 약화할 수도 있다. 새 경수로 사업이 지지부진할 경우 북한이 신포 경수로 건설의 재개를 요구할 가능성, 경수로 대신 다른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북핵 폐기 이전에 새 경수로의 완공을 요구한 것도 이런 점을 간파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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