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명절에 장모님께 핸드폰을 해드렸다. 물론 장모님의 필요보다 나와 아내의 필요 때문이다. 저녁이면 동네분들과 마실을 다녀 집에 전화를 걸어도 통화할 수 없을 때가 많았다. 다른 이런저런 기능보다 우선은 가벼워야 하고, 전화를 걸기 편하게 숫자판이 큰 걸 골랐다. 이제 그걸로 딸에게도 전화를 걸고 친구들에게도 전화를 거실 것이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올라갈 때 아이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것이 바로 핸드폰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핸드폰을 아이들만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 나이 드신 어른들도 무척 좋아하신다. 이렇게 쓰다듬고 저렇게 쓰다듬으신다. 친구분들 가운데 몇 분이 가지고 있어서 내심 은근히 그것이 부러우셨는지도 모른다.
그래, 새로운 물건을 아이들과 젊은이들만 좋아하라는 법이 어디 있나. 어른들도 집 바깥에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핸드폰 수여식과 그 즉시 아내가 전화를 걸어 개통식을 한 다음 아이가 한 시간 동안 이런 저런 사용법을 알려준다.
새 기계의 사용법을 배우는 장모님의 얼굴이 무척이나 진지하다. 그러고 보면 진작 신경써서 해드렸어야 할 물건이었다. 자식들의 생각은 늘 어른들의 마음보다 늦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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