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가계의 이자부담이 늘고 있는 가운데 21일 미국의 기준금리가 또다시 인상돼 우리나라 기준금리(콜금리)에 대한 인상압력이 더욱 커졌다. 이에 따라 앞으로 콜금리가 인상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최근 연쇄적인 시장금리 상승으로 늘어난 중산서민층 가계 주름살이 더 깊어질 전망이다.
특히 초저금리시대에 싼 이자로 돈을 빌려 집을 장만한 가계의 경우 8ㆍ31대책이후 자산가치(집값) 하락과 함께 대출이자부담 증가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셈이다.
이날 미국연방준비위원회(FRB)가 기준금리를 연 3.75%로 0.25%포인트 또 인상하면서, 한ㆍ미간 기준금리 격차는 지난달 0.25%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당장 국내자본의 해외유출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10개월째 콜금리를 3.25%에 묶어두고 있는 한국은행으로서는 내달 금리동결보다는 인상쪽으로 더 내몰리게 됐다.
국내 시장금리는 이런 콜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해 이미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시장금리에 연동되는 은행의 변동금리부 대출금리도 잇따라 올라가고 있다. 변동금리부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3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지난달 말 3.51%에서 21일 현재3.79%로 이달 들어서만 0.28%포인트 급상승했다.
우리투자증권 박혁수 연구원은 “CD금리가 한 차례 콜금리 인상분을 반영했다”며 “경기회복이 본격화하고 콜금리 인상이 몇 차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일 경우 CD금리 상승추세는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CD금리가 상승하면서 국민은행이 매주 한번 고시하는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도 이날 현재 4.97%로 이달초 4.80%보다 0.17%포인트 상승했다. 하나은행의 시장금리연동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도 2주전보다 0.12%포인트 오른 5.5% 수준이다. 우리은행도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가 5.06%로 이달초에 비해 0.2%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말 기준으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84조원. 이중 84% 정도가 시장금리에 따라 움직이는 변동금리부 대출이다. 시장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이자부담은 연간 1조5,400억원 늘어나는 셈이다. 은행에서 1억원을 빌렸을 경우 연간 100만원(매달 8만3,000원 정도)의 이자부담이 추가로 늘어나게 된다.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마저 인상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가계대출 부담은 점차 커질 전망이다. 주택금융공사는 21일 대출분부터 적용하는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 연 6.50%를 적용키로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만일 내달 콜금리가 인상되면 전반적인 금리 재조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가계 전체로 보면 금리가 오를 경우 단순 계산상 실보다 득이 많다.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자산과 금융부채 비율은 10대 6정도로 금융자산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이자소득 증가분이 이자부담 상승분보다는 큰 셈이다. 특히 부채가 별로 없는 노년 이자소득자의 경우 혜택이 집중된다.
그러나 서민과 영세자영업자 등 생활이 어려운 계층일수록 금리인상 타격을 받게 되는 게 큰 문제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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