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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진흙탕 총리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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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진흙탕 총리싸움'

입력
2005.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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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도 패자도 없었던 독일 총선이 끝난 후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기민-기사련 당수가 ‘장수(將帥)끼리’의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번 승부는 누가 연립정권을 구성해 총리 자리를 차지하느냐는 싸움임과 동시에, 서로에게 ‘부적격자’ 딱지를 붙이려는 상호 비방전 양상을 띠고 있다.

3석 차이로 제1당에 오른 기민-기사련의 메르켈 당수는 선거가 끝난 후 “이제 제1당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라”라며 패배를 인정하고 있지 않은 슈뢰더 총리를 겨냥했다.

이에 맞서 프란츠 뮌터페링 사민당 당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독일은 메르켈 총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20일 익명의 사민당 중진의 말을 인용해 “메르켈 당수가 총리후보를 용퇴하면 슈뢰더도 총리직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이 같은 공세가 상대방 진영에 대한 물귀신 작전으로 연정교섭의 주도권을 쥐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선거 결과에 대한 논란

6월만 해도 사민당과의 지지율이 20% 포인트 이상 앞서던 기민-기사련이 1% 포인트 안쪽의 근소한 차로 신승한 점에 대해서도 책임 추궁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너무 친기업적인 공약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소득에 관계없이 25%의 일률과세를 주장했던 기민-기사련의 재무장관 후보 파울 키르히호프는 사민당의 막판 추격을 허용한 원흉으로 꼽혔다. 선거가 끝난 후 키르히호프는 “정치권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BBC는 기민-기사련이 압도적 우위를 살리지 못한 원인 세 가지를 지적했다. 하나는 새로운 독일을 위해서는 메르켈이 강한 이미지를 보여줘야 했다는 것이다. 메르켈이 세련된 이미지를 주려고 하늘색 옷을 입고 머리스타일도 바꾼 게 오히려 역효과였다.

또 슈뢰더 총리의 경제실정만 공격했지 세부적인 대안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부가세를 16%에서 18%로 올리겠다는 점이 유권자들의 조세저항을 불러일으켰다.

전문가들은 “독일 유권자들이 변화를 원하지만 그 피해가 자신에게 미치는 것은 원치 않았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향후 연정은 강한 개혁보다는 노동자 권리 보호를 우선시할 가능성이 높다.

정국혼란에 대한 유럽의 걱정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은 독일의 정치적 혼란이 유럽 경제에 악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의 엔진인 독일 없이는 유럽이 재건 될 수 없다”며 정치적 안정 회복을 촉구했다.

유럽의회 사회당 지도자인 풀 니룹 라스뮈센도 “유럽 최대 국가의 정국 불안은 누구를 위해서도 좋은 뉴스가 아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지도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소 평가가 엇갈리기도 했다. 프랑스의 차기 대권 주자인 니콜라 사르코지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총재는 정책노선을 공유하고 있다며 메르켈 당수의 승리로 규정, 축하를 보냈다.

반면 장 마르크 에로 사회당 당수는 “앵글로 색슨식의 프로그램을 독일에 적용하려 했지만 독일인들은 이를 원치 않았다”며 평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독일의 새로운 출발한 위해 메르켈을 지지했던 유럽의 지도자들이 실망했다”고 전했다.

EU 가입에 사활을 걸고 있는 터키는 가입 반대입장을 보인 메르켈이 과반수 획득에 실패한 것에 대해 내심 안도하는 모습이다.

독일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의 불안으로 이어지면서 19일 유로 가치가 하락했다. 이날 달러에 대한 유로 환율은 장중 1.21달러까지 떨어져 7주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홍석우 기자 musehong@hk.co.kr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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