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을 세계적 관광지로 만든다는 거창한 계획 아래 추진 중인 남해안관광벨트 개발 사업이 정부의 부실한 사업타당성 검토와 마구잡이식 중복 투자로 수천억 대의 예산만 낭비한 채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21일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국회 문광위 소속 열린우리당 이경숙 의원과 보좌진이 7월말부터 8월초까지 남해안관광벨트 현지조사를 하고 각종 정부자료를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무엇보다 관광벨트 안에 공룡을 주제로 한 공원과 박물관이 4개나 건설 중에 있는 등 중복 투자가 심각한 수준이다. 경남 고성군은 304억원을 들여 ‘백악기 공룡 테마파크’를 짓고 있고, 전남 해남군과 보성군은 각각 660억원과 325억원을 투입해 ‘공룡화석지 자연학습장’과 ‘비봉 공룡공원’을 건설 중이다. 전남 목포엔 전시물 중 공룡화석 등이 대부분인 자연사박물관이 이미 2002년 건설돼 운영 중이다.
사업실효성 검토를 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개발돼 놀고 있거나 흉물이 돼버린 유원지와 관광단지도 허다하다. 경남 거제시는 400억원을 들여 해금강 일대에 상가와 숙박시설이 들어설 관광부지를 조성해 7월 분양을 시작했으나 분양 실적이 전혀 없고, 819억원을 투입한 경남 사천시의 관광부지인 ‘실안비토지구’도 마찬가지다.
전남 여수시는 46억2,000만원을 들여 무술목 유원지 터를 개발했으나, 놀이시설 1개를 제외하곤 입주 실적이 없어 방치돼있다.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 건설사업은 땅 소유주인 조계종 및 주민들과의 충분한 합의 없이 강행돼 45억원의 공사비를 집행한 상태에서 무기한 중단됐다.
또 문화예술인의 집단 거주지로 조성한 남해 전통문화예술촌은 입주하겠다는 예술인이 나서지 않아 544억원의 사업비만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
이경숙 의원은 “기초단체들이 무분별하게 예산을 신청해도 시ㆍ도와 주무부처인 문광부가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은 채 사업 승인을 해 주었음을 확인했다”며 “남해안관광벨트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국고를 낭비한 정부 및 지자체 관계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해안관광벨트 개발사업은 2000년부터 2009년까지의 10개년 계획으로, 부산~목포간 남해안 일원 23개 시ㆍ군에 걸쳐 64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모두 4조1,455억원의 사업비 중 국고에서 5,188억원, 지방비에서 6,609억원, 민자 2조9,568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그러나 9월 현재 민자 유치 실적은 1,986억원 뿐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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