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초 여성 총리 탄생의 기대를 받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51.사진) 기민당 당수는 총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미소를 잃었다. 그가 이끄는 기민-기사련이 집권 사민당에 워낙 박빙의 승리를 거둔 탓에, 타고난 정치 승부사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연정구성을 두고 사실상의 ‘연장전’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르켈이 독일 정치사에 여성으로서 최초, 그리고 최연소 총리라는 기록을 세울 가능성은 높다.
메르켈은 독일 정치의 고정관념을 깨뜨려 왔다. 이혼 경력이 있는 동독 출신의 개신교도 여성 정치인이라는 조건으론 서독에 뿌리를 둔 가톨릭 전통의 보수정당 기민당 내에서 ‘아웃사이더’일 수밖에 없었다.
메르켈은 그 장벽을 무너뜨리고 2000년 여성으로는 최초로 당수직에 올랐고 지금은 ‘독일판 철의 여성’으로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에 비교될 만큼 정치 입지를 확고히 굳혔다.
독일 통일의 영웅 헬무트 콜 전 총리의 ‘정치적 양녀’로 출발, 통일 후 총선에서 하원의원 당선, 91년 여성청소년부 장관으로 입각하는 등 승승 장구했다. 게다가 99년 기민당을 궁지로 몰아넣은 비자금 스캔들에서 콜 전 총리의 당수 직 사퇴 및 정계 은퇴를 공개적으로 요구, 정치적 독립에도 성공했다.
특히 올 5월 사민당의 텃밭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선거에서 39년 만에 야당의 승리를 일구며 메르켈은 총리 후보로 떠올랐다. 집권 사민-녹색당 연정의 경제 정책 실패를 집중 공략하며 선거 초반부터 7년 만의 정권 교체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메르켈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개인기에서 메르켈이 슈뢰더에 밀려 고전했다’는 책임론을 주장하는 당내의 반발을 이겨내야 한다.
또 연정 구성을 놓고 치열한 머리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의 정치력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 지에 대한 회의론도 또 다른 숙제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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