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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연정 협상 '연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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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연정 협상 '연장전'

입력
2005.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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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끝났지만 절대 승자는 없었다. 18일 끝난 독일 총선에서 1개월 전만 해도 압승을 자신했던 앙겔라 메르켈 당수의 기민-기사련은 35.2%의 득표율을 얻는데 그쳤다.

반면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사민당은 선거 막판 놀라운 뒷심을 발휘하며 34.3%의 득표율을 획득, 기민-기사련과 연정 구성을 두고 ‘연장전’을 벌이게 됐다. 독일 정국은 향후 연정 구성을 놓고 다시 한 번 혼전 양상을 띠게 됐다.

슈뢰더의 승부수 절반의 성공

기민-기사련은 당초 과반(307석) 확보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같은 보수 우익 성향의 자민당과 합해도 286석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기민-기사련의 아쉬운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슈뢰더 총리의 사민당과 녹색당은 273석을 얻는 데 그쳐 겉으로는 선거에서 졌다. 그러나 경제 불황으로 인한 지지율 하락으로 취임 후 최대 위기를 맞았던 슈뢰더 총리의 조기총선 승부수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분석이다. 연정 구성 형태에 따라 총리직을 계속 유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연정 이뤄질까 연정 시나리오 중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기민-기사련과 사민당의 대연정. 일단 슈뢰더와 메르켈 두 사람 모두‘절대 있을 수 없다’며 대연정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들은 연정 시나리오 중 대연정을 빼지 않고 있다. BBC는 (독일 정국은) 대연정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데다 서로 맞대결을 펼치다 상대방에 주도권을 빼앗기면 총리 자리는 물론 모든 것을 잃을 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당내에서 ‘안전하게 가자’는 압력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총리직에 강한 의욕을 보이는 슈뢰더 총리와 메르켈 당수 중 누가 먼저 포기하느냐는 것. 메르켈 당수는 19일“소수 좌파 정당을 뺀 누구와도 협상을 벌일 수 있다”면서도 “제 1당인 기민-기사련이 다음 정부 구성의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주도권은 자신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반면 슈뢰더 총리는 “앞으로 4년 동안은 나를 중심으로 한 정부가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연정 가능성

이럴 경우 서로를 제외한 연정 가능성이 높아진다. 슈뢰더 총리는 기존 ‘적-녹 연정’에 자민당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염두에 두고 있다. 총리직 유지가 가능하고 과거 사민당과 자민당이 손 잡은 경력이 있다. 그러나 환경을 내세우는 녹색당과 기업 이익을 앞세운 자민당의 성향이 너무 달라 이 결합은 쉽지 않다.

메르켈 당수는 녹색당을 기민-기사련과 자민당 연정에 합류 시키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총리 자리를 얻는 동시에 이는 가급적 기민-기사련과 함께 연정을 구성하려는 자민당의 입장도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이다. 녹색당은 자민당과 함께 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으나, 녹색당 소속인 요슈카 피셔 외무장관은 “어떤 연정에 참여할지는 지켜봐야 알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독일 정계에서는 ‘제 3당’ 자민당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자민당은 일단 기민-기사련과 함께 간다는 입장이다. 귀도 베스터벨레 당수는 18일 “사민당과 연정에 합의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못박았다. 그러나 외신들은 결국 자민당이 사민당과의 연정도 감안하면서 캐스팅보트를 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홍석우 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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