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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ㆍ19 北核타결 이후/‘조속한’ ‘적절한’ 등 모호한 봉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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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ㆍ19 北核타결 이후/‘조속한’ ‘적절한’ 등 모호한 봉합

입력
2005.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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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로 문제를 놓고 북미간 동상이몽이 표면화하기 시작했다. 19일 북핵 6자회담 공동성명이 합의된 지 하루 만이다. 북한은 모호한 합의문 표현을 비집고 20일 외무성 담화를 통해 선 경수로 보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은 ‘선 핵포기 후 경수로 논의’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북한의 경수로 우선 공급 주장은 공동성명 이행방안을 논의할 11월 5차 6자회담을 염두에 둔 기선잡기 성격이 강하다. 논의의 출발점을 지적한 것이다. 경수로 문제가 9ㆍ19 북핵 합의 이후 최대의 논점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경수로 논의 시기 논란

핵 포기와 경수로 건설 논의문제의 선후 논란은 공동성명이 안고 있는 한계에서 비롯됐다. 4차 6자회담 기간 내내 북한과 미국이 경수로와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던 부분을 19일 공동성명으로 봉합했지만, 그 봉합이 문제였다.

6자회담 공동성명 1항에는 “북한은 조속한 시일 내 핵비확산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할 것을 공약했다”, “북한은 핵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권리를 갖고 있다고 밝혔고 당사국은 이를 존중하며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 제공문제를 논의하는 데 동의했다”는 항목이 별도로 존재한다.

‘조속한’, ‘적절한’이라는 모호한 수식어가 붙었지만 북한의 NPT 복귀나 경수로 논의의 구체적인 시점, 순서와 절차는 담지 못했다. 두 항목 중 어느 쪽이 우선인지 논란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결국 어느 문제를 먼저 다룰 것인지 합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모두의 요구를 담는 출구 확인 성격이 강했던 4차 6자회담 합의문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북한은 20일 외무성 담화를 통해 “미국이 우리에게 신뢰 조성의 기초가 되는 경수로를 제공하는 즉시 NPT에 복귀하고 IAEA와 담보협정을 체결하겠다”고 밝혔다. 4차 6자회담 기간 내내 자신들이 주장했던 사안을 재확인하는 성격의 담화였다. 미국은 즉각 “NPT 복귀, IAEA 안전조치 이행 후에나 경수로 제공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대립은 향후 구체적 이행방안 논의에서 더 격화할 것이다. 한 외교 전문가는 “향후 실무협의에서 핵포기 검증 순서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기 위한 사전 기싸움의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한편 정부도 북한의 평화적 핵 권리는 NPT 복귀, IAEA 검증 같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은 뒤에 보장 받을 수 있는 미래의 권리라는 입장이다. 북한의 주장대로 핵포기 이전에 경수로가 제공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나머지 6자회담 참가국도 미국과 유사한 입장이다.

따라서 경수로 제공 논의 시점을 둘러싼 논란은 10월부터 시작될 6자회담 실무협의에서 본격적인 논리싸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경수로란

경수로(輕水爐)는 원자력 발전에 사용되는 여러 원자로 중에 하나다. 감속재로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경수로란 명칭이 붙었다. 감속재로 흑연을 사용하면 흑연로, 중수(일반수소 보다 중성자 1개가 더 있는 수소와 산소가 결합해 생긴 물)를 쓰면 중수로라고 한다. 감속재란 핵분열반응이 서서히 일어나도록 통제하는 물질을 말한다.

경수로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원자로에 비해 핵무기 제조가 힘들다는 점이다. 핵연료가 서서히 연소해 불순물이 많이 끼기 때문에 무기급 플루토늄 추출이 매우 까다롭다. 이 때문에 경수로를 이용해 핵무기 개발을 시도한 나라도 아직까지 없다.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 북한이 영변의 흑연로를 해체하는 대가로 미국 등이 경수로를 지워주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경수로로는 절대 핵무기를 못 만든다는 얘기는 아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를 무시하고 노골적으로 플루토늄 추출을 시도하면 경수로 역시 핵무기 제조시설로 활용될 수도 있다. 이 점은 부시 정부가 클린턴 정부 때 체결된 제네바 합의에 대해 가진 불만 중의 하나였다.

부시 정부는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파기했다며 비난하다 결국 2003년 경수로 지원을 중단하고 말았다. 제네바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북한을 믿을 수 없으므로 북한이 마음먹기에 따라 잠재적 위협시설이 될 지도 모를 경수로를 지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제네바 합의에 따라 97년부터 시작된 함경남도 신포 금호지구의 200만㎾급 경수로 건설 공사는 공정율 34% 단계에서 3년째 중단된 상태다.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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