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에 ‘10월 재보선 악몽 시나리오’가 솔솔 퍼지고 있다. 현재 3곳인 국회의원 재선거 전패와 뒤이은 의원들과 계파간 책임공방, 문희상 의장 체제의 중도 하차, 정국 주도권 상실 등 생각도 하기 싫은 일들이 실제 벌어질 지 모른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현실화할 경우 23대0이라는 4ㆍ30 재보선 참패보다 후유증이 훨씬 더 클 것으로 보는 의원이 태반이다. 벌써부터 조기 전당대회론과 함께 정동영ㆍ 김근태 장관의 복귀설이 나도는 것도 이런 사정에서다.
10월 재보선 이후에 대한 당내불안은 한달 앞으로 다가온 10ㆍ26 재보선을 애써 무시하는 모습에서부터 읽힌다. 경기 부천 원미갑과 광주, 대구 동을 등 국회의원 재선거가 확정된 3곳의 경우 치열한 후보자간 경합과 달리 중앙당은 여전히 침묵이다. 지난 봄 4월2일 전당대회의 여세를 몰아 중앙당이 총력전을 폈던 4ㆍ30 재보선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중앙당의 의도된 외면은 현 추세대로라면 “한 석도 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크기 때문이다. 추석연휴를 마치고 20일 처음 열린 자문위원단 회의에서도 “재보선 비관론이 많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왔다. 한 고위당직자도 “지역이슈인 재보선에 매달리지 않고 정기국회에 집중할 것”이라고 당분위기를 전했다.
이번주중 탈당을 선언한 신중식 의원도 당지도부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전남 고흥ㆍ보성이 지역구인 신 의원의 탈당을 신호로 동요중인 호남권 일부 의원들의 동반탈당이 뒤따를 지 모른다는 걱정에서다.
한 당직자는 “당내에 대표적인 ‘고건대망론자’인 신 의원의 탈당이 최근 중부권 신당측의 심포지엄에 얼굴을 비치는 등 최근 분주해진 고 전 총리의 정치행보와 맞물릴 경우 호남권 의원의 동요가 클 것”이라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 여론은 특히 안 좋다”고 토로했다.
이런 와중에 10월 재보선 이후를 대비하는 당내 대선주자 진영의 물밑 움직임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문 의장이 낙마하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조심스레 대비책을 준비하는 것이다. 실제 당에선 두 대권주자의 연내 복귀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와 달리 당사자들도 굳이 연내복귀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ㆍ김 장관이 복귀하더라도 당내 혼란이 수습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데 우리당의 고민이 있다. 한 의원은 “정ㆍ김 장관 등 대권주자들의 복귀카드는 우리당으로는 마지막 수습책”이라며 “그러나 이런 카드 역시 일부의 우려대로 ‘10월 재보선 참패이후 정국혼란과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 ’등이 현실화할 경우 약발이 먹히기 힘들다”고 걱정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