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를 중심으로 국제 유가 100달러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2년 가까이 상승하고 있는 국제유가의 추세를 보더라도 배럴 당 100달러 시대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 범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일 한국석유공사와 재계에 따르면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영향으로 최근 배럴 당 70달러까지 치솟았다 급락했으나 19일 또 다른 허리케인이 엄습할 것이란 예보로 4.28달러나 재반등, 배럴 당 67.33달러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수입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도 최근 60달러를 돌파한 뒤 55달러 내외를 유지, 지난해 연평균 33.6달러에 비해 70%이상 상승했다. 골드만 삭스는 올해 안에 국제 유가가 배럴 당 100달러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하는 등 상당수 전문가들이 2년 안에 100달러 시대가 도래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유가 원인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잉여생산량 150만 배럴을 상회하는 미국과 중국의 수요급증, 수요를 따라 잡지 못하는 석유 정제능력 부족을 들고 있다.
여기에 베네수엘라 및 나이지리아의 정정 불안, 알카에다의 사우디아라비아 유전 공격 우려, 이라크 주둔 미국 공격 등 정치적 이슈에 대규모 투기자금까지 가세하고 있어 ‘배럴당 100달러’→‘3차 오일쇼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정유회사인 SK㈜ 최태원 회장은 최근 “내년 하반기까지 WTI 기준으로 한 번쯤 배럴 당 100달러의 꼭지점을 찍을 것 같다”고 전망한 뒤 “한국 경제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확보인 만큼 정부나 국민이 조금 더 에너지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최악의 경우에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중동 원유가 생명 줄이나 다름없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최 회장의 분석처럼 에너지원의 97%를 수입해야 하는 우리에게 고유가는 직격탄인 셈이다. WTI가 배럴 당 100달러를 돌파할 경우 이보다 10~15달러 낮게 형성되는 두바이유는 85~90달러가 되며 이 경우 국내 무역수지는 40억 달러 이상 적자로 반전되고 물가상승률은 5%에 달할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 수출기업 10곳 중 8곳은 현 유가 수준으로도 수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가가 수출 채산성 적정 기준인 41.5달러(두바이유 기준)의 2배 가까운 80달러 이상으로 오를 경우 사실상 수출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무역협회나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의 등 재계 단체는 “정부가 에너지 절약 등 단순한 캠페인성 처방보다 에너지 고효율 산업 육성 및 에너지기반 설비 투자 확대, 해외자원개발 활성화, 신재생에너지 개발 촉진 방안 등 근본적인 고유가 대책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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