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세수부족을 메우기 위해 ‘세금 짜내기’에 전전긍긍하는 것과 달리 한나라당은 ‘세금과의 전쟁’ 운운하며 각종 감세법안을 밀어붙일 태세여서 조세체계에 큰 혼란이 우려된다. 성장과 분배 패러다임의 변화에 부응하는 재정개혁과 세정혁신의 길을 모색하면서 머리를 맞대야 할 정부와 정치권이 이처럼 낮은 차원의 상반된 생각을 갖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지난 해 4조3,000억원이었던 세수 부족 규모는 저성장과 저환율 등으로 올해 4조6,000여억원에 이르고 내년에는 7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다급해진 정부는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주 및 LNG 등 세율 인상,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수도권 중소기업 특별세액 공제 등 비과세ㆍ감세 폐지를 밀어붙이고 탈세ㆍ체납자 신고포상금제까지 도입했다. 또 투자활성화를 저해한다는 지적에 아랑곳 없이 대기업 세무조사를 부쩍 강화하는가 하면 수도권 중소기업에 대해 특별세액 감면을 폐지할 방침이다.
정부가 주먹구구식 세수추계의 구멍을 모두 국민부담으로 메우는 ‘면피 정책’으로 일관하는 사이에 한나라당은 소득세 및 법인세의 추가인하, 유류세 10% 삭감 등을 내용으로 하는 7조원대의 감세법안을 내놓았다.
또 8ㆍ31 부동산대책의 핵심인 보유ㆍ양도세 중과에도 이미 전쟁을 선포했다. ‘감세-소득 증가-소비 및 투자 촉진-고용 증대’의 선순환으로 경기를 살리겠다고 하나 현실을 감안하면 ‘선심 대책’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예산은 정부가 짜지만 이를 심의ㆍ확정하고 감독하는 것은 국회 몫이다. 엄격한 규율에 따라 국민의 돈을 거두거나 쓰도록 견제장치를 둔 것이고, 책임도 공유하라는 뜻이다. 일개 가계도 적자가 나면 수입ㆍ지출 구조를 뜯어고친다. 그런데도 국가살림을 책임진 사람들이 제앞가림에 급급하며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하고 있으니 골병드는 것은 국민뿐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