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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부 칼럼] 박씨 가문의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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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부 칼럼] 박씨 가문의 경사

입력
2005.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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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만 씨가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늦둥이 아들을 보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안이 대를 잇게 된 것이다. 자연인으로서나 현대사에 찍힌 그의 발자취를 돌아볼 때, 경사스런 일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도 기뻐 어쩔 줄 몰라 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인터넷에도 ‘부모님께서 살아계셨더라면 이 세상의 무엇하고 바꾸지 못할 만큼 기뻐하셨을 텐데…’ 라는 글을 올렸다.

그 집안에 상서로운 일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박정희 집권 초기인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관련 기록이 공개되었다. 분석해본 결과, 굴욕외교가 아니라 국익을 보장받으려는 노력이 인정됐다.

또 하나는 경제발전에 관한 그의 공로가 한나라당 등 보수 세력뿐 아니라, 경제학계에서도 공식 평가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7월 발행된 ‘장하준ㆍ정승일의 격정대화- 쾌도난마 한국경제’가 대표적 예일 것이다.

●박정희에 대한 새로운 평가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 교수와 80년대 민주화운동에 투신한 경력의 국민대 정 교수가 경제 분석을 하는 이 책은, 박정희 평가에 꽤나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정 교수는 ‘박정희가 시장 주도형이 아닌 국가 주도형 개발을 선택했기 때문에 경제개발에 성공했다’고 지적한다. 그가 강대국에 경제적으로 종속되지 않기 위해 민족주의적 입장을 견지했다는 분석이다.

장 교수 역시 ‘박정희의 경제발전은 절대로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박정희가 한때 분명히 공산주의자였고, 그의 정책도 시장경제 노선과는 너무나 다르다고 말한다.

오히려 마르크스주의나 고전파 경제학적으로 경제발전을 이해할 때 갖출 수 있는 시각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사람들은 박정희를 시장주의자라고 믿고 싶겠지만, 8ㆍ3사채동결 조치 같은 경우 사유재산 제도까지 폭력적으로 침해한 사례’ 라는 견해는 명석하고도 흥미롭다.

박정희가 추구한 혁명이나 경제개발은 당시 내세웠던 반공 등의 명분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의 이념도 반대 세력의 사상과 충분히 공존할 수 있었던 가치라는 느낌을 받는다. 다만, 경제발전으로 독재를 정당화하려 했으며, 또한 권력유지를 위해 모든 도전세력을 무자비하게 탄압한 것이다.

경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국치일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가 3,090명의 친일인사 명단을 발표했다. 박정희도 포함되었다. 일본육군사관학교를 나온 그는 소위로 근무하다 광복 후 국군 장교로 변신했다. 여수ㆍ순천반란 사건 때는 공산주의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동료의 구명운동으로 석방되었다.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그가 집권한 75년, 인혁당 사건 관련자 8명이 전격적으로 처형되었다. 이 전격적 사형집행은 이들을 공산주의 혁명단체로 조작한 사실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한 박 정권의 폭거로 비난 되고 있다. 공산주의자로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그가 같은 혐의를 조작해 집단 처형케 한 이 사건은 인간적 배신이고, 민족사적 비극이었다.

박근혜 대표는 자주 “우리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으로 정치적 피아를 갈라 왔다. 그런 물음은 유통기간이 지났다. 경제발전에 으뜸가는 기여도 했으나, 조국과 자신의 신념에 대한 배신으로 점철돼 있기도 한 것이 그의 부친이다.

●부친의 정치적 부채 정리해야

친일인사가 발표된 후, 고교 교사 이윤 씨와 미국의 대학생인 한진규 씨가 조상의 행적을 사죄하고 친일사전 편찬을 반대하는 세력을 비판했다. 친일인사 후손이 새로 맞아야 할 시대가 온 것이다. 박 대표가 거대 정당의 대표로 홀로 서기를 하려면, 부친의 정치적 부채를 정리해야 한다.

부친의 공적 앞에서 자랑스러운 만큼, 과오 앞에서도 겸손해야 한다. 인혁당 관련자 등 과거 수많은 수난자 가족의 눈물부터 씻어주어야 한다. 또한, 다시는 비극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국가보안법 폐지에 협력해야 한다.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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