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교육지표’(2002년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교 교육비(공교육비)의 민간 부담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교원의 수업시간은 평균보다 적었지만 대우는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최고의 대우, 최악의 공교육’이라며 교원평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공교육 부실 논란의 와중에 해묵은 학제개편 이슈가 또다시 등장했다. ‘6·3·3·4’ 학제의 개편을 공론화하겠다고 교육부총리가 밝힌 것이다. 그러나 학제의 복선화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수업 연한 중심의 획일적 학제개편 공론(公論)은 소모적 공론(空論)에 그칠 공산이 크다. 우리 공교육 부실의 근본 원인은 다른 데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미 20여 년 전에 미국 미네소타주 교육위원장을 지낸 루드 랑달 박사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배우자를 선택하고 교회를 선택하며, 자동차, 음식은 물론, 5세 이전의 유치원과 18세 이후의 대학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데, 어째서 5~18세에는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없는가?”
우리는 여전히 초중고 12년 동안 학교 선택권이 없다. 교육은 엄연한 서비스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고를 권한이 없는 것이다. 준공은커녕 아직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학교에 배정받더라도 속수무책이다. 사립고까지 학군에 예속시킨 고등학교의 경우, 미션스쿨에 배정된 학생이 학내 종교 자유를 외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진다.
우리 헌법 제31조 ①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직된 학구제 내지는 학군제에 의한 획일적 배정은 학생의 능력 차이를 무시할 뿐 아니라 지역 간 인적 교류를 차단한다. 학교를 선택하려면 거주지를 옮기거나 위장전입 수법을 동원해야 한다.
최근 고등학교 학군의 광역화와 선지원 후추첨제의 확대가 논의되고 있지만, 이를 초등학교부터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학생의 학교 선택권이 주어지면 학생 유치를 위한 학교 간 경쟁이 이루어지면서 교육서비스의 질이 향상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교원은 자체적으로 평가될 것이다. 이미 미국이나 일본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있는 현실을 교육 전문가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편, 교육 예산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관리직인 교육위원회나 교육청만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닌지, 교육 현장에 투입되는 교육비는 얼마나 늘었는지 여부도 세심하게 살펴볼 일이다.
조영일(연세대 명예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