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나 광고, 영화에 소품으로 등장하는 바이올린은 대부분 10만원대 초보용이다. 우리 같은 연주자들은 금방 안다. 모양부터 다르단 얘기. 악기는 소리를 내기 위한 도구일 뿐만 아니라 그 생김새도 또 하나의 완벽한 예술품이기 때문에 5,000만원 이상 가는 좋은 악기는 자태부터 다르다.
비디오게임에 들어간 CG애니메이션 수준은 진짜 실사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높이 발전했지만 어쩌다 3D로 만든 바이올린이 등장하면 허접하기 짝이 없을 정도다.
유명한 미술작품에서도 바이올린을 그려놓은 모습은 거장의 능력을 의심할 정도로 엉성하니, 아무리 뛰어난 미술가라도 그 모양을 완벽하게 구현하기가 쉽지 않은가 보다. 일반 영화 감독들이나 소품 담당의 눈으로 훌륭한 바이올린을 구별하긴 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배우들의 연주 모방능력은 그에 비해 크게 발전했다. 예전처럼 말도 안 되게 활을 잡거나 마구 짚어대는 손가락 동작은 많이 사라져가고 있다. 한 장면 찍기 전에 배우들이 수개월 간 레슨도 받는다 하니 좋은 현상이다. 국내 영화 ‘주홍글씨’에서 배우가 연기하는 쇼스타코비치 첼로협주곡 연주 장면은 전공자들도 착각할 정도로 실감나는 것이었다.
이처럼 진짜 같은 악기로 진짜처럼 연주한 최고의 음악영화를 몇 개 알아보자. 유럽3개국 합작영화 ‘바이올린 플레이어’에서는 주인공 역할을 맡은 리샤르 베리가 바흐의 걸작인 샤콘느를 완벽하게 연습해 손가락 하나 안 틀리고 15분 동안 연주를 흉내낸다.
기돈 크레머가 연주한 실제 사운드를 따라 한 그는, 바이올린을 연주했던 경험을 토대로 정말 많은 연습을 한 티가 난다. 베토벤 영화인 ‘불멸의 연인’에서도 주연인 게리 올드만이 직접 피아노를 연주했으며, 프랑스 영화 ‘피아니스트’에서는 피아노를 잘 치는 공대생으로 출연한 베누아 마지메와 주인공 이자벨 위페르의 놀라운 연주 연기를 볼 수 있다.
단연 최고는 ‘레드 바이올린’이다. 이 영화는 요요마의 뮤직비디오를 찍었던 감독 프랑수와 지라드가 연출했는데, 수도원의 꼬마로 나온 크리스토프 콘츠가 바이올리니스트 뺨치게 연주한다.
실제로는 천재 조슈아 벨이 연주했지만 연기자들도 그에 못지 않다. 이 영화에 나온 음대 교수나 악기감정사들도 정말 진짜 같다. 심지어 그들은 악기를 잡는 자세까지 정말 비싼 악기 잡듯 한다. 진짜 음악계를 아는 감독과 철저한 고증의 힘이다.
어릴 적에 15억원, 16억원 짜리 과르네리우스 바이올린을 빌려 잠깐 연주한 적이 있다. 신기하게도16억원 짜리가 진짜 더 소리가 좋았다. 그런데 1억 차이는 좀 심하지 않을까? 내가 보기엔 3만원 차이면 딱 알맞겠는데. 하여튼 골동품 가격이란….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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