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재건 사업을 벌여 카트리나 대참사 피해지역을 복구하겠다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승부수가 벌써부터 안팎의 도전과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카트리나 사태 이후 최악의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뉴올리언스 없는 미국을 생각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재건 비용의 대부분을 연방정부가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이 최대 피해지역인 뉴올리언스 중심부의 잭슨 광장에서 백악관측의 치밀한 사전 연출에 따라 전국 생중계 연설을 한데 대해 미 일부 언론들은 ‘지지율 만회를 위한 이미지 정치’라는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함구에도 불구, 재건 사업 비용이 최소 2,000억~3,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과연 미 연방정부의 재정이 그것을 감당할 능력이 있느냐를 둘러싼 실체적 논란이 훨씬 심각하게 부시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재정적자를 둘러싼 미 정가의 해묵은 논쟁이 재연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약속한 재건 사업의 세부 항목에는 주택 도로 다리 학교 상수도 등 사회간접자본 구축, 직업훈련 및 교육, 기업의 조세감면 혜택, 의료보험 및 보장 등이 망라돼 있다.
우선 민주당은 부시 대통령이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 투입을 약속하고도 세금 인상을 배제하고 ‘부자들을 위한 감세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인데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미 공화당 내부에서도 만만찮은 반대의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짐 드민트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주)은 “충분한 근거 없이 계속 돈을 던져 넣은 것은 문제를 푸는 방법이 아니다”면서 “제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역시 공화당의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은 “우리가 재건사업에 달러를 쓸 때 마다 균형 재정을 회복하는 일에서 그만큼 멀어진다”고 말했고, 익명의 공화당 소속 고위급 의회 관리는 “우리가 지키지 못할 약속을 (부시 대통령이) 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양당 의원들 사이에선 미 의회가 지출을 승인한 600억 달러의 예산도 수 주 안에 고갈될 것이라는 점을 들어 공히 ‘밑빠진 독에 물붓기’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이 18일 부시 대통령의 재정ㆍ조세 정책을 강력 비판하며 민주당측에 이 문제를 대선 등에서 선거쟁점화할 것을 주문한 것도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ABC, NBC 방송 등에 출연, “사우디 아라비아, 한국 등 미국보다 못사는 나라에서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에서 나 같은 고소득자가 세금 감면을 받는 것은 터무니 없는 일”이라며 부시 행정부의 재정적자 방치와 부자를 위한 감세정책을 공격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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