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은 추석 연휴 귀향 활동을 통해 민심의 소재를 알게 됐을 것이다. 정치권 안에서만 맴도는 공허한 공방과 논쟁들이 국민의 실제 삶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가, 또 이로 인해 겪게 된 민생의 어려움을 보고 들었을 것이다. 반성할 것을 정확히 반성하고 국정과 의정에 이를 성실하게 반영하겠다는 자세를 추슬러야 할 것이다.
추석 민심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정치권에 대한 여전한 불신과 불확실한 미래로 인한 불안감, 먹고 살기 힘든 경제난 생활고 등이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에 일었던 연정 논란만 해도 정상 정치일정과 기존 정치구도가 매우 유동적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면서 국민을 불안하고 걱정스럽게 만든 대표적인 잘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이를 인정하고 국정의 본연을 되찾는 방향으로 힘을 모으리라는 기대는 어려울 것 같다는 의심을 지우지 못한다. 가령 추석 직전 국회 사무처는 여야 의원 전원에게 명목이 확실치 않은 돈 600만원씩을 일괄 지급했다고 하는데, 이는 앞에서는 이런 말, 뒤로는 전혀 다른 행동을 서슴지 않는 뻔뻔스러운 우리 정치의 얼굴을 드러낸 것이다.
모두 18억 원에 달하는 이 돈은 지난 6월 국회가 스스로 만든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책개발비 예산 100억 원의 일부를 집행한 것이라고 한다.
정책개발비는 의원들의 정책활동 지원을 위해 편성된 예산이지만 통상 절차와 달리 이번엔 용처에 대한 영수증도 요구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말이 정책개발 항목을 차지할 뿐이지, 사실상 이와는 무관하게 ‘추석 떡값’조로 나누어 준, 지탄 받을 예산 집행인 것이다. 그 예산은 어려운 살림살이에 벅찬 국민부담금을 감내하는 국민들로부터 거둔 혈세가 아닌가.
경제 살리기에 전념해 달라는 여론의 요구를 정치권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소리에는 귀를 막은 채 자기들끼리 ‘떡값’ 나누기에는 기민하고 과감한 국회에서 희망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특히 연정이다, 개헌이다, 대통령 사퇴다 하는 공론으로 국론과 국정을 엉뚱하게 몰고 갔던 여권은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킨 데 대해 더 한 사과와 반성을 해도 모자랄 것임을 추석 민심에서 절실히 깨달았어야 한다. 현실은 힘겹고 미래는 불안해 국민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정치가 국민의 눈 높이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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