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할머니가 전 남편의 후처(後妻)에게 빼앗겼던 주민등록번호를 되찾고 평생 무적자로 살아온 한을 풀게 됐다.
19일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따르면 김모(93ㆍ여ㆍ서울 광진구)씨는 30세이던 1942년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남편의 구박과 구타가 이어지자 가출 후 상경했다.
이후 김씨의 남편은 후처를 얻었으나 전처인 김씨와의 법률혼 관계를 정리하지 않고 후처가 문맹인 점을 이용해 김씨의 이름과 호적을 그대로 이어받아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도록 했다. 재혼사실이 없는 것으로 꾸민 것이다. 이를 까맣게 모르고 서울에서 재혼한 김씨는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갖지 못한 채 무적자 신세로 지금까지 살아오게 됐다.
이후 김씨는 98년 의료보험증을 받기 위해 주민등록증 발급을 요청하면서 자신의 주민등록을 사용해 오던 전 남편의 후처가 94년 10월31일 사망해 결국 자신이 주민등록상 ‘죽은 사람’이 됐다는 말을 듣고서야 이 같은 사연을 알게 됐다.
김씨는 주민등록번호를 되찾기 위해 자신의 주민등록이 말소된 전남 화순군 등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후처의 사망신고 때 인우보증을 섰던 마을 이장마저 사망해 해결책이 막막해졌다.
김씨는 이러한 사연을 고충위에 접수했고 고충위는 김씨의 지문을 채취, 이중등록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청에 신원조회를 의뢰해 김씨의 이야기가 사실임이 확인됐다는 최종통보를 7월에 받았다.
고충위는 이를 근거로 김씨의 거주지와 본적지 행정기관에 주민등록 신규등록과 호적부에 등재된 주민등록번호 정정기재를 요청하기로 결정, 김씨는 곧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되찾을 수 있게 됐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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