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의 예술은 최초 후원자들의 눈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매혹시켰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의 우리들에게도 여전하다.’
이슬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종교나 정치 경제 상황에 시야가 한정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슬람은 신앙 못지 않게 서구의 기독교 문화나 중국, 한국 등 동아시아 예술과 다른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이슬람 예술의 역사와 실체를 한 눈에 살피기 좋은 ‘이슬람 미술’(황의갑 옮김.예경 발행)이 번역 출간됐다. 영국의 이슬람 문화사가인 로버트 어윈은 이 책에서 이슬람 예술을 역사와 다양성이라는 씨줄과 날줄로 풍성하면서도 알기 쉽게 엮었다. 특히 이슬람 예술에 대한 오해, 서구의 편견 등을 여러 부분에서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우상금기 때문에 이슬람 문화에서는 추상적인 회화나 정교한 장식공예가 발달했고, 건축예술의 최고봉은 모스크라는 정도가 이슬람 예술의 상식이다.
하지만 저자는 ‘무슬림들이 예술작품이나 건축물에서 구상주의의 특성을 띠는 어떠한 형상도 숭배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많은 무슬림들이 특정한 상황에서는 살아 있는 생명체의 형상을 그리거나 조각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믿었다’고 지적한다.
어윈은 특히 아랍의 서예를 이슬람 예술의 최고봉으로 꼽았다. 가장 오래된 서체인 쿠파체를 비롯해 나스키, 라이하니, 무하카크, 툴루스 서체를 소개하면서 그는 ‘서예가들은 적어도 14세기까지 화가들보다 더 높은 지위를 누렸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이슬람 미술의 기원을 살핀 뒤 5세기부터 17세기 후반까지 궁정 건축과 그 안에서의 생활과 책임, 이슬람 예술의 후원자들을 비롯해 도제 제도, 동업조합, 도자기업, 목공예, 금속공예, 직물공예, 문학과 미학, 서예, 채색 사본 등을 주제로 폭 넓게 다뤘다.
인도나 동남아시아 혹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의 이슬람 예술뿐만 아니라 스페인과 모로코부터 아프가니스탄까지 넓은 지역에 걸쳐 있는 이슬람 예술을 두루 살피고 있다. 200장이 넘는 선명한 도판과 사진은 본문의 글을 읽어나가지 않더라도 이슬람 미술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인상적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