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와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일반 공연장에서는 맛볼 수 없는 체험과 감동을 즐겨보세요. 연주자의 표정과 손 떨림은 물론 땀방울까지 코앞에서 느껴집니다. 바닥의 진동이 울리면서 온 몸으로 음악이 전해지지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공연기획자 박창수(41)씨는 오는 23일 100회 ‘하우스 콘서트’(www.cyworld.com/hconcert)를 앞두고 들떠 있다. 하우스 콘서트는 말 그대로 전문 공연장이 아닌 집에서 하는 공연. 바닥에 방석을 깔고 두 발 쭉 뻗고 볼 수 있다. 공연 후에는 연주자와 관객이 와인 한 잔을 놓고 둘러앉아 대화를 나눈다. 굳이 정장을 입고 갈 필요도 없다.
하우스 콘서트를 처음 도입한 박씨는 30년 가까이 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낡은 자택을 개조해 1층은 주방과 침실로 쓰고 2층은 30여 평짜리 연주 공간으로 꾸몄다. 100회 공연에는 얼마 전 클라라 하스킬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우승의 기록을 세운 김선욱(17)군과 첼리스트 채희철, 해금 연주자 강은일, 가수 강산에 등이 나온다.
1회(2002년 7월 12)부터 100회 공연까지 출연자는 외국 연주자 31명을 포함해 모두 227명. 분야로 따지면 절반 가량이 클래식, 25%가 프리 뮤직(즉흥 음악), 25%가 국악, 대중음악, 연극(마임), 무용, 단편영화 상영 등이었다. 한 달에 두 차례씩 공연을 하면서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는 관객이 매회 30~40명, 많을 때는 70명이나 된다.
연주자를 초청할 때 초반에는 다소 애를 먹었다. “공연을 왜 집에서 하느냐?”고 황당해 하는 경우가 대부분. 단골 관객인 자원봉사자 10여 명이 지금까지 참가한 관객 2,000여 명에게 공연 일정을 이메일로 보내는 것 외에 특별한 홍보도 하지 않는다. 그래도 소문이 나 작년 초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가 경호원들과 함께 보러 와 당황하기도 했다.
박씨가 하우스 콘서트를 구사한 것은 서울예고에 다니던 1980년대 초반. 친구들과 집에 모여 악기 연주를 하면서 아담한 집에서 연주하고 듣는 감흥이 너무나 컸다. 관객이 우러러봐야 하는 무대 대신 집에서 소박한 콘서트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83년 서울대 작곡과에 입학했지만 퍼포먼스에 관심이 갔다. 그래서 퍼포먼스를 하며 독일과 일본 등 17개 국을 돌기도 했다. 87년에는 한국행위예술협회 발기인으로 참여해 사무국장을 맡았고, 거기서 아내 김영희(이화여대 무용학과 교수)씨도 만났다.
“2001년쯤 국내 공연계에는 대형 공연이 유행했습니다.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이나 잠실 올림픽경기장에서 하는 대규모 공연에 거부감을 느꼈지요. 그래서 하우스 콘서트를 실행하게 됐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경제적 여건. 관객이 내는 2만원의 ‘회비’(그는 입장료라는 표현을 거부했다)로만 충당하다 보니 연주자 개런티며, 스태프 인건비가 부족한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예술가가 재미로 하는 것 외에 뭐가 있겠습니까? 풀뿌리 공연 문화를 조금씩 일구고 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낍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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