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여 개 출판사와 인쇄사, 출판 관련 시설이 모여 있는 파주출판도시는 가을이 오면 어린이책 잔치로 들썩거린다.
2003년 ‘파주 어린이 책한마당’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이 행사는 국내외 어린이책이 한 자리에 모이는 큰 마당이자 아이들이 놀면서 책과 사귀는 즐거운 책 놀이터다. 지난 2년 간 매해 6만여 명이 다녀갈 만큼 인기를 모았다.
전시장 바닥에 주저앉거나 드러누워 책을 보는 아이들, 가을 볕을 쐬며 산책을 하거나 풀밭에 돗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까먹는 가족들, 공연과 워크숍 등 부대 행사로 마련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관람객들로 평소에는 조용하던 동네가 와글와글 북적댄다.
올해는 ‘파주 어린이 책잔치’로 이름을 바꿔 30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열흘간 열린다. 올해의 초점은 그림책이다. 이곳에 입주한 출판사들이 ‘어린이책-신나는 이미지 세계’ 라는 주제에 맞춰 저마다 아기자기하고 특색 있는 집들이 행사로 독자를 맞이하고, 단지 한복판에 자리잡은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는 ‘그래픽 예술의 꽃-어린이 그림책의 세계’ 전시회가 열린다.
사옥을 개방해서 집들이 잔치를 하는 출판사와 관련업계는 20여 개. 책 전시ㆍ판매 외에 그림책 원화 전시, 작가와 독자의 만남, 책 만들어지는 과정 보여주기, 책 내용으로 짠 재미있는 놀이 등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 집 저 집 들러서 구경하고 집주인들이 어린 독자들을 위해 마련한 여러 가지 문화행사도 즐기다 보면 하루 해가 짧을 것 같다.
‘어린이 그림책의 세계’ 전은 올해 행사의 하이라이트. 어린이 그림책의 다채로운 세계와 역사적 흐름을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일본ㆍ유럽ㆍ러시아ㆍ미국의 그림책, 존 버닝햄ㆍ레이먼드 브릭스 등 20세기 후반 그림책 대가 5인의 전작, 일본의 세계적 작가 이와사키 치히로의 복제 원화 외에 평소 접하기 힘든 이슬람 문화권의 어린이책도 볼 수 있다.
최근 10년 간 급성장한 우리나라 어린이 그림책의 주요 성과를 그 이전 책들과 나란히 보여주는 전시, 1998년 타계한 우리나라 어린이 그림책의 선구자 이우경 화백 작품 원화전도 따로 한 자리를 차지한다.
아이들이 특히 재미있어 할 만한 프로그램으로는 그림책 상상놀이와 그림책 만들기 워크숍이 있다. 이 두 프로그램은 참가인원을 제한하기 때문에 당일 현장에 일찍 가서 신청하는 게 좋다.
그림책 상상놀이는 기차를 타고 그림책 속으로 떠나는 상상 여행. 정말 그림책 속으로 들어간 것처럼 신나게 놀 수 있게 꾸몄다. 이 여행의 코스에는 어른들을 위한 ‘엄마의 방’과 ‘책 읽어주는 도서관’도 들어 있다. 이밖에 ‘어린 왕자’ ‘고미 타로’ 등 그림책으로 만든 작은 영화들도 매일 볼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파주어린이책잔치 홈페이지(www.pajucbf.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031)955-0001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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