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9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 경기장 특설코트는 1만1,000여 좌석을 메운 테니스 팬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현대카드 주최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요정’ 마리아 샤라포바(18ㆍ러시아)와 ‘흑진주’ 비너스 윌리엄스(25ㆍ미국)의 친선 빅매치가 열렸기 때문.
세계랭킹 7위인 비너스가 유연하면서도 파워풀한 서비스를 구석구석 찔러 넣고, 랭킹 1위인 샤라포바가 예리한 리턴 샷으로 맞서면서 긴 랠리가 이어지거나 묘기장면이 속출할 때마다 팬들은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다. 올 시즌 윔블던 챔피언에 등극, 재기에 성공한 비너스가 한층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샤라포바는 친선경기 탓인지 특유의 괴성을 지르지 않았지만 끈질긴 플레이를 펼쳤다.
친선전이었지만 자존심과 라이벌 의식으로 똘똘 뭉친 두 사람의 대결은 이날 초반부터 불꽃이 튀었다. 둘은 상대 전적에서 2승1패로 샤라포바가 우세. 하지만 지난 7월 나스닥 100오픈 4강전에서는 비너스가 승리했다. “같은 호텔도, 같은 비행기도 타지 않겠다”고 말할 정도로 서로에 대한 경쟁의식이 강한 두 스타는 이날 복장에서도 상대에게 뒤질 수 없다는 듯 한껏 멋을 냈다. 샤라포바는 노란색 모자에 하늘색 원피스의 차림으로 눈길을 끈 반면 패션에 대한 관심이 유별난 비너스는 흰 머리띠에 긴 귀거리, 보석이 박힌 보라색 원피스를 입고 코트에 나섰다.
비너스의 선공으로 시작된 첫 세트 첫 게임부터 네 차례 듀스 상황이 연출될 정도로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비너스는 꼭 필요할 때마다 강서브로 포인트를 쌓았고, 샤라포바는 빠르고 각이 큰 리턴 샷으로 응수했다. 서로 각자의 서비스 게임을 나란히 가져오던 두 선수는 비너스가 5-4로 앞선 상황에서 힘있는 리턴 스트로크로 상대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 6-4로 승리 첫 세트를 따냈다.
반격에 나선 샤라포바는 2세트 첫 게임에서 상대의 서비스 게임을 곧바로 브레이크, 한 뒤 내리 게임을 따내 2-0으로 분위기를 전환했다. 하지만 비너스도 질 수 없다는 듯 리턴 후 네트 전진 플레이를 펼치며 다시 주도권을 빼앗았다. 샤라포바는 2-1로 앞선 상황에서 더블폴트를 범해 게임스코어를 2-2로 내줬다. 이 때부터 샤라포바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다소 평정심을 잃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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