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뜬 평화적 핵 이용권리가 아닌 구체적인 경수로를 원한다”
현학봉 북한 6자 회담 대표단 대변인은 15일 저녁 회담 개시 후 처음으로 회견을 갖고 “회담의 걸림돌은 경수로 제공문제이며 우리는 흑연감속로를 포기하는 대신 경수로를 제공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선명한 입장을 밝혔다. 경수로 제공 주체는 6자가 토론해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만이 무작정 경수로를 못주겠다고 한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회견은 당초 김 부상이 나와 강경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됐으나 협상을 의식, 대화로 문제를 풀겠다는 온건한 입장을 표명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북측의 입장 천명에서 알 수 있듯 4차 2단계 6자 회담 사흘째인 이날에도 협상의 돌파구는 열리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베이징에 비가 내리듯 회담장 분위기에도 비가 내렸다”고 말했다.
성과 없이 회담이 종료될 것이라는 관측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중국이 18일까지 회담을 종료하는 방안을 참가국들에게 제안했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왔다.
앞서 북미 양측은 14일에 이어 이날 다시 한번 만났지만 접점 모색에 실패했다. 경수로를 가져야 한다는 북측은 부동자세였고, 미국은 북핵 폐기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오전 11시 40분(현지 시간)부터 1시간 동안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회담장인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만났지만 동문서답식으로 회담을 진행했다. 상대가 수용하지 않는 제안을 고집하는 북측에게 협상 진전 의지를 찾기 어려웠다.
이어 전체회의의 기류도 무거웠다. 각국은 핵심쟁점에 관한 의견을 내면서 북미 양측을 거중 조정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따라서 양자접촉을 더 갖고 16일 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다.
한편 경수로 문제에 관해 한국은 미국과 달리 다소 유연한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다.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는 “북한이 장래에 경수로를 가질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경수로의 ‘경’자도 꺼내지 말라는 미국과는 사뭇 다르다. 한국이 북미간 이견을 얼마나 좁힐지가 얼마 남지 않은 회담의 관전 포인트다.
베이징=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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