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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고향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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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고향가는 길

입력
2005.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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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 살 때 결혼을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아내와 함께 명절 때마다 고향에 내려갔다. 처음엔 둘이었고, 큰아이를 낳은 다음엔 셋이, 둘째 아이를 낳은 다음엔 넷이 내려갔다. 넷이 내려갈 때에도 처음엔 버스로 내려가거나, 어쩌다 운이 좋아 아주 일찍 예매에 성공하면 비행기를 타고 내려갔다.

딱 한 해 거른 적이 있었다. 큰아이가 학교에서 옮아온 눈병이 온 가족에게 옮아, 시골집에 모인 형제들과 조카들에게도 옮길까봐 내려가지 못한 해가 있었다. 그때 처음 가족과 떨어져 객지에서 명절을 쇠었는데, 북쪽에 고향을 두고 내려오신 분들의 마음을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한 집에서 형제처럼 자란 육촌 형님까지 오형제가 연휴 전날에서부터 끝나는 날까지 함께 떠들썩하게 명절을 보내고 온다. 그러면 그 기운으로 설 때까지 버틴다. 성묘도 해야 하고, 친구도 봐야 하고, 예전 초등학교 시절 은사님도 찾아 뵈야 하고, 송이산에 가서 송이도 따야 하고, 밤도 주워 와야 하고, 고향에 가면 이렇게 할 일이 많다. 그러나 늘 그 중에 두 가지쯤은 못 하고 온다.

연휴가 삼일이어도 부족하고, 닷새여도 부족하고, 일주일이어도 부족하다. 고향 가는 길은 늘 그렇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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