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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고이즈미 이후'를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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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고이즈미 이후'를 대비해야

입력
2005.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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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민영화 법안의 참의원 부결에 따른 중의원 해산으로 실시된 일본의 2005년도 중의원 총선거가 자민당의 압승이라는 결과로 끝이 났다. 야스쿠니신사 참배 강행 등으로 알려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이기에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인데, 압승이라는 예상치 못한 선거결과에 우려의 목소리가 한층 더 높아지게 되었다.

자민당 단독으로 획득한 296의석은 소위 말하는 절대 안정다수 의석수, 즉 상임위원장의 표결 없이도 상임위원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수치이고, 연립정권을 형성한 자민당과 공명당이 해산 전에 가지고 있던 283의석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또한,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가 1986년 총선거에서 획득한 300의석을 상대적 비율에서 웃도는 것이고, 공명당의 31석을 합하면 개헌을 가능하게 하는 중의원 3분의 2를 뛰어넘는 수치이기도 하다. 가히 압승이요, 역사적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자민 연립정권 개헌선 확보

일본 국내의 반응은 환영과 우려가 혼재한다. 일본 재계의 대변인 격인 경단련 등은 결과를 반기는 가운데 구조개혁을 좀더 신속히 단행할 것을 주문했고, 이러한 개혁에 대한 높은 기대감은 4년 만에 1만 2,900대를 회복한 니케이 지수에서도 나타난다. 반면 그렇지 않아도 강권적인 고이즈미 총리의 독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도 높다.

또한, 선거기간 중 고이즈미 총리에 의해 거의 유일하게 거론된 우정민영화 외의 사안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것을 요구하는 주문도 많다.

선거결과에 따른 고이즈미 독주에 대한 우려는 신진의원의 파벌 참여를 규제하라는 최근의 지시에서도 나타나듯이 연립정권의 유지라는 틀에도 불구하고 막연한 예상은 아니다. 종전까지 큰 세력을 형성하던 파벌들의 견제 역할은 집행부의 권한을 강화시킨 소선거구제 도입 등에 의해 거의 유명무실화 된 지 이미 오래이다.

이에 더하여 이번 선거에서 세력을 확대시켜 최대파벌이 된 모리파벌은 고이즈미 총리가 소속했던 우군이요, 그의 장악 하에 놓일 신진의원의 수만도 80명이 넘는 것이다.

거의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당 내외의 지지는 고이즈미 총리로 하여금 이제까지 개인적 신념에 기초해 진행해 온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조만간 실행에 옮기도록 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하겠다.

이라크 파병연장문제나 주일미군 재편문제 등도 미ㆍ일 관계를 중요시하는 고이즈미 총리의 견해를 생각할 때 이제까지와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그나마 헌법개정 문제는 내년의 임기까지만을 고수하겠다는 현재의 입장에서 볼 때 시간상으로 불충분한 사안이다.

또 북ㆍ일 수교 교섭과 관련해서는 이제까지 유지해 온 대화와 압박이라는 균형적 입장에 더하여, 안정적인 지지기반 획득이라는 조건이 추가됐기에 리더십이 발휘될 가능성이 커져 교섭의 진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신사참배등 확고한 대응을

현재로서 우리가 좀더 주의해야 할 사항은 고이즈미 총리 이후라고 하겠다. 이제는 좀더 예측 가능해진 고이즈미 총리보다는 새롭게 등장할 리더가 그 많은 의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도, 예를 들어 현재 예상되는 야스쿠니신사 참배의 경우 그러한 행동이 관례가 되지 않도록 과격한 반응보다는, 절제되고도 강력한 반대의 표명이 필요하다.

이는 일본의 행동을 한일관계라는 좁은 틀에서가 아니라 동아시아 및 세계 속의 국제관계라는 틀에서 파악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도 일본이 그러한 인식 위에 설 수 있도록 인도하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면우 세종연구소 지역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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