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연휴에는 예년과 달리 아주 흥미로운 스포츠이벤트가 펼쳐진다. 세계 테니스 여걸들의 결투가 그것이다.
러시아의 ‘테니스 요정’마리아 샤라포바(18)와 미국의 ‘흑진주’ 비너스 윌리엄스(25)가 추석연휴 마지막날인 19일 서울 올림픽공원 제1체육관(체조경기장)에서 이벤트 경기를 갖는다.
대회는 현대카드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현대카드 슈퍼매치 마리아 샤라포바 vs 비너스 윌리엄스’. 지난해 윔블던 테니스대회를 제패하며 월드스타로 떠오른 샤라포바와 올 시즌 윔블던 우승으로 2년 만에 메이저 대회 정상에 복귀한 비너스의 이번 맞대결은 국내 테니스 팬들에게는 세계 여자테니스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특히 지난해 윔블던 우승에 이어 한솔 코리아오픈에서 정상에 올라 국내 팬들의 큰 인기를 모은 샤라포바는 올 윔블던 4강전에서 비너스에게 무릎을 꿇어 이번 대회가 설욕의 무대인 셈이다.
당초 샤라포바는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올해 한솔오픈(9월25~10월3일)에 참가하려 했으나 국제 룰이 바뀌면서 톱 랭커들의 낮은 등급 대회 출전이 금지돼 투어 4급 대회인 한솔오픈에는 불참하게 됐다.
대신 차이나오픈에 참가하는 길에 한국에 들러 이벤트경기를 함으로써 국내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길을 택했다. 때마침 비너스도 차이나오픈에 출전할 예정이어서 주최측은 두 사람의 대결을 추진해 성사시켰다.
샤라포바와 비너스는 11일 뉴욕에서 끝난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조우하지 않았다. 생애 두번째 그랜드슬램 챔피언을 노리던 샤라포바는 이 대회 4강전에서 벨기에의 킴 클리스터스의 벽에 막혀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비너스도 16강전에서 친동생인 세레나를 따돌렸으나 8강전에서 프랑스의 마리 피에르스에게 분패했다.
때문에 추석연휴의 맞대결은 US오픈에서의 상대적 부진에 따른 아쉬움을 달래고,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는 여자 테니스계에서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도 된다.
특히 샤라포바는 US오픈에서 우승컵을 차지, 최근 일주일만에 미국의 린제이 데이븐포트에게 다시 내줬던 세계랭킹 1위 자리에 복귀해 당당한 모습으로 한국팬들앞에 서려 했던 계획은 무산됐지만 화끈한 플레이로 성원에 보답한다는 각오다.
둘의 라이벌 의식은 대단하다. 역대 상대 전적에서는 샤라포바가 2승1패로 근소한 우위에 있다. 비너스로서는 혜성처럼 등장해 자신의 아성을 허물어 버린 샤라포바가 고울 턱이 없다. 비너스는 샤라포바에게 2연패 수모를 당하다가 지난 6월 윔블던 준결승에서 설욕했다. 샤라포바로서도 주요 대회 고비마다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비너스가 마음에 들리 없다.
그래서인지 이번 서울 이벤트경기를 앞두고도 둘은 치열한 장외 신경전을 펼쳤다. 서로 “같은 비행기를 타고 싶지도, 같은 호텔에서 묵고 싶지도 않다”고 대회 주최측에 이를 감안해 주도록 요구한 것.
당초 주최측은 둘이 같은 날 같은 항공편으로 방한해 같은 숙소에 머무는 스케줄을 잡았다가 라이벌 의식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조치를 취했다. 경기 사흘전인 16일 각각 10분 간격으로 떨어져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도록 배려했고, 서울의 호텔 숙소도 다른 곳으로 배정하는 등 신경을 썼다.
하지만 대회 주최측은 이런 장외대결조차 싫지 않은 표정이다. 이벤트 경기지만 그야말로 자존심을 건 대접전이 예상돼 팬들에게 화끈한 경기를 펼쳐 보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 뛰어난 실력과 늘씬한 몸매, 경기중 내지르는 특유의 괴성 등으로 '샤라포바 신드롬'을 일으켰던 샤라포바는 이벤트 경기 하루전인 18일 MBC 오락프로('무모한 도전)를 촬영하는 등 바쁜 국내 체류 일정을 보낸다. 이번 대회는 1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특설코트에서 펼쳐진다.
샤라포바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국내에 테니스붐에 불러올지, 185㎝,73㎏의 비너스가 유연하면서도 파워플한 서비스와 위력적인 스트로크로 어떤 진기 명기를 선사할 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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