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다. 고속 도로는 고향으로 가는 차량들로 만원이다. 고달프긴 해도 명절을 쇠러 가는 길은 묘한 설레임이 있다.
3일 내내 식구들과 집에만 있기 지겨운 사람들을 위해 가 볼만한 전시 몇 개를 소개해 본다. 하루쯤은 갤러리에서 작품에 푹 빠져 보는 것도 색다른 연휴가 될 것 같다.
● 아라리오 갤러리 '獨작가 조나단 메쎄展-파괴적 공격성 상식을 뛰어넘어
고향이 충청남도에 가까운 사람들을 위해 천안 신부동 아라리오 갤러리가 기다린다. 지상 5층에 1,500평으로 한국 최대 규모 갤러리인 이 곳에서는 베를린과 함부르크를 중심으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젊은 독일작가 조나단 메쎄(35)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그는 파격적인 행위예술가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실신 상태로 무대에서 실려 나오기를 여러 번 치렀을만큼 파괴적 공격성이 상식을 비웃는다.
영화, 포스터, 잡지 사진과 니체, 히틀러, 바그너, 사드 등 역사적 인물들까지 혼용해 자신만의 환상의 세계를 설치 미술품으로 만들기도 했다.
오프닝 때의 퍼포먼스에 이어 갤러리에서는 초기 설치 작품과 10m에 달하는 대형 회화를 비롯, 조각과 드로잉 60여점을 볼 수 있다. 현란한 색깔과 선들, 알 수 없는 형체들이 엉겨 붙은 듯한 작품들을 통해 파격적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25일까지, 18일과 19일 휴관. (041)551-5100.
●일민미술관 '사계 청소展' - 9명의 젊은 작가 작품 신선
서울 세종로 일민미술관은 9명의 젊은 작가들을 선정해 그들에게 공동으로 전시의 주제와 개념을 정하고 작업하도록 기획했다. 그들이 정한 주제는 ‘사계 청소’. 군사 지역 내에서 시야를 확보하여 상대를 잘 관찰하고 효과적인 사격이 가능하도록 방해물을 제거하는 군사 작전을 일컫는 군사 용어이다.
이들의 군사 개념에 따르면 우리 모두는 코드화 된 개인이나 단위 부대다. 그 개인들은 모두 자신의 섹터를 가지고 그 안에서 활동하며 그러한 섹터들이 모여 어떠한 상황을 만들어 내는데 이것이 곧 필드이다.
군 개념에서는 단위부대가 책임지는 섹터의 크기와 위치가 상급부대의 판단에 의해 정해지지만 이 전시회에서 개인의 섹터는 개인의 성향이나 능력에 의해 만들어지고 책임지게 된다.
어떠한 물건을 통해 기억을 끄집어 내는 과정을 그림으로 표현한 오수영(27)씨, 무엇인가를 표현하고자 할 때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 사이에 생기는 틈새를 비디오 설치 작업으로 담아낸 김영은(25)씨 등 9명이 신선한 작품들을 내놓았다. 25일까지, 19일 휴관. (02)2020-2055.
●장은선 갤러리 '김희옥展' - 독특한 모양의 숫자 몽환적
보다 익숙한 평면 그림 작업을 보고 싶다면 서울 경운동 장은선 갤러리에 가 보자. 30년간 미국에서 활동한 김희옥(59) 전이 열리고 있다. 나무에 알루미늄판을 덧댄 후 폴리우레탄을 몇 겹으로 칠해 문지르고 긁어내고 벗겨내는 작업을 해 온 그가 한국에서 갖는 두 번째 전시회로, 107점이 출품됐다. 미묘한 색조, 독특한 모양의 숫자와 풍경이 몽환적이면서 매혹적이다. 24일까지, 18일 휴관. (02)730-3533.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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