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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총선 상징물 투표

입력
2005.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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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나비 사슴 낙타 트럭 침대 빵 손목시계 꽃병…

18일 치러지는 아프가니스탄 총선과 주의회 선거의 투표용지에 등장하는 것들이다. 후보자들의 얼굴은 이 상징물 옆에 나란히 실려 있다. 후보나 정당을 구별하는 번호는 없다. 아프간 유권자들이 워낙 문맹률이 높아 글자나 숫자를 읽지 못해 나온 고육책이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는 249석의 하원(올레시 지르가) 선거에 2,775명, 34개 주의회(총 420석) 선거에 3,025명 등 모두 5,800명. 33명의 하원 의원을 뽑는 수도 카불의 경우 평균 경쟁률은 12대1을 넘어섰다. 후보자가 대거 몰리다 보니 필요한 수 십여 개의 상징물을 선정하고, 또 이를 각 후보에게 배정하는 데 진땀을 흘렸다. 후보들이 마음에 두는 상징물들이 대개 비슷해 제비뽑기로 정했는데, 자신의 이미지나 공약에 어울리지 않은 상징물을 얻게 된 후보들은 불만이 가득하다.

그림과 후보 사진을 같이 넣다 보니 투표용지도 엄청나게 커졌다. 타블로이드판 신문 7장 분량에 달하는 투표용지가 등장한 곳도 있다.

투표용지에는 가상 동물들이 나오지만 투표용지 배포와 집계작업에는 당나귀 말 낙타 등 진짜 동물들이 동원된다. 폭격으로 파괴된 도로 등 열악한 교통사정을 고민하던 선관위는 당나귀 1,200마리, 말 200마리, 낙타 24마리를 동원해 투표용지를 산악지역이나 지방에 배달키로 했다.

당나귀 등은 18일 투표가 끝난 뒤 봉인된 투표함을 짊어지고 험준한 산길을 다시 돌아 나와야 한다. 이 때문에 전국 32개 개표센터에 투표함이 도착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총선 최종 결과는 투표일로부터 한 달도 더 지난 다음달 22일 이후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30년 만에 처음 치러지는 이번 총선은 지난해 10월 치러진 대선에 이어 아프간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선거다. 지난해 대선은 2001년 탈레반 정권 붕괴 후 첫 민주선거로 기록됐으나 극심한 치안 불안으로 투표가 카불과 인근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실시돼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투표가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이번 총선에서는 보수ㆍ종교적 색채가 강한 인사들이 대거 정치권에 입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마약밀매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군벌이나 부족장들도 자신의 텃밭에서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예상돼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의 입지가 총선 후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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