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가위 지킴이들 "고향엔 못가도 보람만큼은 보름달 만하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가위 지킴이들 "고향엔 못가도 보람만큼은 보름달 만하죠"

입력
2005.09.15 00:00
0 0

사회복지사 이모(29ㆍ여)씨는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17일에도 출근한다. 이씨는 서울 방배동의 한 장애인 단체에서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주선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이씨는 “거동이 불편해 고향에 내려가기 어려운 장애인들의 구직 문의가 명절일수록 더 많아진다”며 “취직을 했다 하더라도 임금이나 상여금 등을 받지 못해 상담하는 장애인들이 명절에도 많아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작은 선물꾸러미만 하나 들었을 뿐이지만 마음 만은 어느 때보다 넉넉한 한가위, 도로 가득 밀려든 차량으로 엉금엉금 기어가면서도 짜증보다는 설레임이 앞서는 명절이다. 하지만 추석이라고 해서 일이 줄어들 수 없는, 오히려 더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맡은 바 직무에 충실하려는 마음이 꼭 넉넉한 한가위 보름달을 닮은 우리의 소중한 이웃들이다.

서울 S소방서 10년차 소방관 김모(41)씨는 “100여명의 상황실 및 출동반 동료들은 올해도 추석 휴가를 갈 수 없다”며 “명절에는 평상시보다 출동이 줄긴 하지만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대형 사고에 대비해 오히려 특별경계근무를 선다”고 말했다.

외국인노동자의 집 성남센터 이상림(71) 소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1997년부터 이 곳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우리 가족의 명절은 여기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지내는 걸로 바뀌었다”며 “올 추석에도 딸 손자 등 가족들을 데리고 100여명의 외국인들과 같이 용인 에버랜드에 가기로 했다”며 쑥스럽다는 듯 웃었다.

충남 아산 배방보건지소에서 일하는 공중보건의 박경일(34)씨는 “농촌에는 명절에도 자식들이 찾아 오지 않는 독거노인들이 많다”며 “그런 노인들 중에 언제 긴급환자가 생길 지 몰라 이번 추석 연휴 때는 이런 노인들 집을 방문하며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참 여경 이다영(27ㆍ서울경찰청 여경기동대) 순경은 “동료 50여명과 함께 추석 당일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24시간 근무하게 된다”며 “주로 귀향 차량 관리를 하게 되는데 고향인 전주로 가는 차가 있으면 손을 흔들어 주고 싶다”며 고향에 못 가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들 뿐 아니라 “휴일도 없이 물건 나르느라 몸은 힘들지만, 즐겁게 쇼핑하는 손님을 보면 힘이 난다”는 할인점 점원 이은숙(34ㆍ여)씨, 발 디딜 틈 없이 몰려드는 관객들 뒤에서 묵묵히 안내와 청소를 하는 영화관 직원 박준우(24)씨, 추석날 제사는커녕 가족이랑 아침 먹기도 힘들다는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상황실 이영수(31)씨 등의 모습에서 2005년 한가위는 더욱 풍성해지고 있었다.

신기해 기자 shinkh@hk.co.kr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김광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