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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기초의회까지 정당 바람 넣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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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기초의회까지 정당 바람 넣나

입력
2005.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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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 국회는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외에 기초의원 후보도 정당 공천을 하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했다. 이에 대해 전국의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은 분노하고 있으며, 학계와 시민단체들도 반대하고 있다. 여론조사결과 법 개정 이후 정당공천 반대여론은 더 높아졌다.

지난 10년 동안 정당 공천의 폐해는 막심했다. 당비를 납부하는 당원이 없어 민주적으로 당 후보를 공천하지 못하고 지역구 국회의원이 하향식으로 ‘낙점’했으며,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자치’가 아니라 ‘지역구 국회의원(정당)에 의한, 지역구 국회의원을 위한 자치’였다.

다수의 여야 의원들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출마 예정자들에게 막대한 공천헌금을 받았다. 특히‘특정 정당의 공천=당선’인 영ㆍ호남 지역에서는 돈거래가 더 심했고, 이것이 자치행정 부패의 고리가 되었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은 이미 지역구 국회의원과 헌금액을 타진하고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자기에게 도전할 만한 유능하고 청렴한 인재, 주민들의 인기가 높은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다음 지방선거후보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지방의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여 지방정치무대에서 경험을 쌓게 한 다음 국회의원으로 진출시킨다는 정당공천제 찬성론은 허구이다.

정당공천제로 인하여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축소판이요 정당 간의 각축전이 되었다. 여야는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정권교체를 이룰 것처럼 난리법석을 떨었다.

국회에는 계류된 민생법안이 산적해 있지만 여야 중진들은 국회를 비워둔 채 지방선거 현장에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세몰이를 했다. 지방선거는 과열되고 고비용 선거가 되었다. 이런 식의 정당 공천을 해야 하는가?

기초의원 선거구를 중선거구로 확대한 것도 ‘근접성의 민주주의' 원칙에 반한다. 더구나 기초의원 선거구의 평균인구는 1만 3,897명인데, 이 규모는 프랑스의 의원 33인을 둔 기초의회, 일본의 의원 26인을 둔 기초의회에 해당하며, 프랑스의 기초자치단체(대선거구)의 8.4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이처럼 선거구가 넓은데 기초의원을 ‘골목대장’이라고 폄하하며 중선거구로 확대한 것은 잘못이다.

기초의원을 중선거구에서 뽑으면 인접한 읍ㆍ면ㆍ동에서 뽑힌 기초의원들 간에 싸움을 붙이게 되고, 인구가 적은 면ㆍ동에서는 의원이 뽑히지 않을 수 있다. 주민들 간에 “우리 읍ㆍ면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소지역주의를 심화시켜 이웃 읍ㆍ면ㆍ동민들 간에 반목을 부추기고 감정의 골을 깊게 할 것이다. 선거비용도 몇 배나 더 들게 된다.

국회의원과 시ㆍ도의원 선거구는 소선거구인데 기초의원 선거구만 중선거구로 한 이유를 모르겠다. 여야는 기초의원 비례대표제를 시행하기 위해 부득이 정당공천제를 도입했다고 변명하지만, 중선거구제로 변경하면서 비례대표제도 도입한 것은 먹이를 늘리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열린우리당 당론은 야당 시절에는 정당공천제였고, 여당이 된 후에는 정당 공천 배제였으나 지난 6월 말에 정당공천제로 급선회했다. 한나라당 당론은 여당 시절에는 정당공천 배제였으나, 야당이 된 후에는 정당 공천 고수로 바뀌었다.

6ㆍ30 공직선거법 개정은 이론상으로나 절차상으로 문제가 있고 선진국의 추세에도 역행하는 개악이었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속 보이는, 해서는 안 될 개악이었다. 국회의원들을 후안무치한 정치인으로 각인시킬 소지가 있는 이 법을 반드시 재개정해야 한다. 다음 선거에서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이런 비민주적 국회의원들을 낙선시켜야 한다.

정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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