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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주가지수 잊기

입력
2005.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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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주식시장이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리고, 경제상황 진단변수로 주가를 빼놓을 수 없지만 19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주식투자는 정보를 독점한 몇몇 큰손들과 주식중개인들이 벌이는 ‘야바위 놀음’으로, 증시는 ‘투전판’으로 인식돼왔다.

증시라는 개념조차 불투명한 시대였기에 일반투자자들은 감히 끼어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런 혼탁한 시장에 처음 질서를 세운 사람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창업자이자 저널리스트로 이름을 날렸던 찰스 다우(1851~1902)다.

▦다우는 1896년 5월26일 설탕 담배 가스 등 당시 미국 산업을 대표하는 12개를 선정, 이들 주가를 단순평균한 ‘다우존스산업평균(Dow Jones Industial Average)’을 만들었다.

존스는 동업자 이름에서 따왔고, 최초의 지수는 40.94였다. 지수 편입종목은 이후 산업의 부침과 기업의 명멸을 반영해 변경ㆍ확대되다가 1928년부터 30개로 고정됐는데, 원년 멤버 가운데 현재까지 생존한 회사는 GE뿐이다.

또 WSJ은 IT산업의 발흥에도 불구하고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대표기업만을 고집했으나, ‘시대착오적인 굴뚝 주가’라는 비판을 결국 못이기고 1999년 나스닥시장의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을 편입했다.

▦다우지수는 2000년 1월 역사적 고점인 11,722.98을 기록한 뒤 현재 10,500선에서 횡보하면서 미국을 포함한 세계경제의 건강지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지수산정 방식과 제한된 편입종목으로 인해 종종 대표성을 의심받기도 한다.

그렇다고 우리처럼 모든 종목을 대상으로 시가총액식 산정방식을 취하는 나스닥지수나 S&P지수가 시장을 더 잘 반영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다우지수가 100여년의 세월 동안 ‘조류 흐름 같은’ 주가 추세를 보여주는 지표로 손색없는 기능을 해왔고, 시장도 신뢰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증시가 50년 동안의 질곡에서 벗어나 신천지를 개척했다고 야단들이다. 1980년 1월4일을 기준(100)으로 산정된 종합주가지수가 흥망성쇠를 거듭한 끝에 전고점(1994년 11월8일, 1135.75)을 돌파한 7일, 증권선물거래소엔 꽃가루가 휘날렸고 장미빛 전망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환호성은 없었다.

워렌 버핏이나 존 템플턴 등 전설적 투자귀재들의 조언 중에 ‘주가지수는 잊어라’는 게 있지만, 우리 주변에는 증시 자체를 잊고 싶은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지수는 참고자료일 뿐이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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