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2일 국정감사 증인채택을 놓고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나서자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을 증언대에 세우겠다고 맞받았다.
포문은 문광위에서 열린우리당이 먼저 열었다. 정수장학회 설립의혹을 따지겠다며 박 대표를, 서울 상암동 골프장 운영문제로 이명박 서울시장을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한 것이다. 한나라당도 가만있지 않았다. 곧바로 정보위에서 국정원 기조실장을 지낸 문희상 우리당 의장을 안기부 X파일 관련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치고 나왔다.
국회 법사위에서는 한 술 더 떴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13일 노 대통령과 형 건평씨, 형수 민 모씨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노 대통령에게 숨겨진 딸이 있다’고 주장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된 한 모씨의 재판이 편파적이라는 게 이유였다.
대통령이 성역은 아니지만 헌법상 형사소추도 면해주는 최고통치자다. 지지도가 낮다고 해서 “이럴 것이다”는 추측이나 판단만으로 대통령을 오라 가라 할 수는 없다.
매번 봤지만 이런 논란의 끝은 뻔하다. 앙금만 남긴 채 없던 일로 넘어간다. 처음부터 상대를 헐뜯기 위해 내놓은 정치 공세이기 때문이다. 물론 ‘진실을 밝히기 위해’라는 그럴듯한 논리로 포장은 돼있다. 하지만 한 겹만 벗기면 본질이 상대에 상처를 주고 제압하겠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공교롭게도 마구잡이 증인신청을 주도하는 의원들은 여야 공히 초선들이다. 의정경력이 짧아 행정부 감시라는 국감의 목적을 알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선정적 주장이 훨씬 주목 받을 것이란 속 빠른 계산을 했는지 모를 일이다. 대통령이나 당 대표를 너무 쉽게 거는 그들을 보는 느낌이 영 개운치 않다.
이동국 정치부 차장대우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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