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경수로의 날이었지만 경수로 주간(週間)이 돼서는 안 된다.”
4차 2단계 6자 회담 분수령인 14일 북미 접촉을 마친 미측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경수로를 언급하기 시작한 북측이 회담기간 내내 경수로를 들먹여서는 곤란하다는 취지로 이같이 말했다. 대북 경고로 들렸다.
정부 당국자들도 양자접촉 1라운드가 끝난 이날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북한의 경수로 보유주장이 완고해 협상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힐 차관보는 이날 밤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들어가면서 북미 접촉 결과를 20여분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솔직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수로라는 무리수를 택한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5년간 북한은 흑연감속로를 전력생산에 이용하지 않은 채 무기급 플루토늄 추출에만 사용했다”며 “참가자들은 모두 집에 가고 싶지만 언제 간다고 지금 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또 “북한에 필요한 것은 ‘핵 장사’가 아니라 주민에게 전기를 공급하고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 증진”이라고 직격탄도 날렸다.
앞서 회담장인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는 한러, 북일, 한일 접촉 등이 잇따라 진행됐고, 점심시간에는 한미 양측간 조율이 이뤄졌다.
회담장 주변에서는 시작부터 회담 조기종결 관측이 무성하다.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참석자들이 귀국해 추석(18일)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 게 신호가 됐다.
이날 눈에 띈 것은 그 동안 일본과의 대좌를 꺼렸던 북한이 이번에는 일본을 사실상 첫 양자접촉 상대로 택했다는 것이다. 일본측 관계자들은 “고이즈미 총리의 총선 압승으로 정세가 바뀌고, 북미 관계가 경색될 것 등에 대비한 다목적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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