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北京)과 평양에 한랭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북한이 핵 문제를 다루는 6자회담과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공히 제동을 거는 형국이다. 북미ㆍ남북 관계를 함께 경색시키는 북측 태도가 단순한 협상전술이 아닌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일 수도 있어 우려되고 있다.
북한은 두 곳에서 협상 상대들이 테이블에서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카드를 던졌다. 6자회담에서는 경수로를 지어달라고 했고, 평양에서는 국가보안법 철폐와 을지포커스렌즈 훈련 중지를 요구했다. 북한의 핵 개발 가능성 봉쇄를 목표로 하고 있는 미국이 결코 수용할 수 없고, 장관급 회담 수석대표인 정동영 통일부장관 역시 국보법에 대해 어떤 언질을 해줄 형편이 아니다.
북측의 이런 태도는 관계를 경색시킬 때 즐겨 이용하는 수법이다. 지난 15차 장관급회담 당시 북측은 회담 외적인 문제를 언급하지 말자며 실리중심의 회담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가의 보도’인 국보법을 들고 나왔다. 이에 따라 남측이 제기한 의제들은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으며 6자회담을 측면 지원하겠다는 정 장관의 말은 실현되기 어렵게 됐다.
베이징 상황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회담 첫날인 13일부터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우리는 경수로를 가져야 한다”며 공동문건 명기를 요구했다. 녹음기를 틀어대듯 평화적 핵 이용문제만을 언급하고 있어 회담의 진도가 전혀 나가지 않고 있다.
물론 평양과 베이징 상황이 비슷한 것은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 남북관계는 최근 북한과 현대아산의 갈등으로 영향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6자 회담에서는 핵 폐기 범위를 가급적 축소하려는 북측의 일관된 입장이 드러나는 작은 계기일 수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6자회담에서 북한은 자기 입장을 강하게 내세워야 양보를 받는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며 “하지만 장관급회담이 6자회담의 종속변수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 곳의 경색국면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정부 당국자들의 말은 또 다른 우려와 분석을 요구하고 있다.
베이징=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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