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다녀오느라 지루한 시간을 길에서 허비해야 하는 추석 연휴. 귀성, 귀경길을 잘 이용해 주변의 가 볼만한 곳들을 찾아보자. 지루하고 먼 길 잠시 쉬었다 갈 수 있고, 연휴를 이용해 가족의 소중한 추억을 남길 기회다.
초록이 빛을 잃어 가지만 아직 단풍은 오지 않는, 계절과 계절의 사이 밋밋한 색의 시기이다. 지금 핀 꽃은 그래서 더욱 눈부신지도 모른다. 소금을 뿌려놓은 것 같다는 메밀꽃과 가슴에 불을 질러대듯 붉은 꽃무릇이 요즘 한창이다.
● 고창 학원농장 메밀꽃밭 - 20만평에 은물결 넘실
‘메밀꽃 필 무렵’의 강원 평창의 봉평은 아쉽게도 이제 끝물이다. 대신 전북 고창의 공음면 학원 농장에선 거대한 메밀꽃 바다를 만날 수 있다. 봄에는 청보리로 넘실대던 드넓은 벌판이 지금 하얀 메밀꽃으로 뒤덮혔다. 주변 농가까지 합쳐 20만평 정도 되는 전국 최대 메밀꽃 밭이다. 일부 꽃이 진 곳도 있지만 이 달 내내 꽃구경을 할 수 있다.
아예 메밀꽃 감상 전문 지역으로 자리잡은 학원농장(063-564-9897, www.borinara.co.kr)이 대표적. 서해안 고속도로 영광 IC에서 나와 23번 국도를 타고 고창방면으로 6km 달린 뒤 대산면 소재지에서 좌회전 796번 지방도를 타고 10km 정도 가면 나온다.
● 17일~19일 불강산 꽃무릇 축제
정염의 꽃 꽃무릇도 추석 연휴가 절정이다. 키 큰 나무 그늘에 빨갛게 피어나는 꽃무릇. 잎 하나 달리지 않은 가녀린 줄기에 얹힌 둥근 꽃이 안쓰러울 정도다. 그래서 꽃무릇의 붉은 빛은 더욱 애잔한지도 모른다.
영광군과 함평군 사이에 솟은 불갑산(516m)은 이맘때면 산 전체가 불이 난 듯 붉게 탄다. 영광군쪽의 불갑사 주변은 일주문, 대웅전 등을 중심으로 3만 여 평이 꽃무릇 군락이다. 불갑사에서 연실봉, 구수재 가는 길가도 붉은 융단처럼 깔리 꽃무릇으로 황홀하다. 영광군 불갑면은 추석 연휴인 17~19일 불갑산 일대에서 꽃무릇 축제를 연다.
꽃무릇의 농염한 자태를 담으려는 사진 작가들을 위해 전국 사진 촬영 대회도 진행된다. 불갑산의 함평군 쪽 용천사도 불갑사 못지 않은 꽃무릇의 군락지다. 고창의 선운사도 동백 만큼이나 꽃무릇으로 유명하다.
● 문경 정선 첼로자전거 - 터널과 계곡 풍광에 푹~
가족들과 이색 즐길거리를 찾는다면 철로 자전거를 추천한다. 더 이상 석탄을 실어 나르지 않아 폐선된 철로 위에서 타는 자전거다. 레일 위를 미끄러져 가는 재미도 좋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멋진 풍광에 더욱 즐겁다. 경북 문경의 철로 자전거는 진남역을 기준, 불정역과 가은역 방향으로 약 2km씩 운영된다.
불정역 방향 코스는 낙동강 지류 영강을 벗 삼아 이어진 계곡미가 으뜸이고 가은역 방향 코스는 두 개의 터널을 지나는 맛이 색다르다. 이용료는 대당 3,000원. 어른 2명이 몰도록 돼 있는 차에 어린이 2명까지 태울 수 있다. (054)550-6375
강원 정선의 레일바이크는 북면 구절리역과 아우라지역 사이 7.2km 구간을 달린다. 국내 최장 코스다. 2명 이상 4명까지 탑승 가능하다. 2인 기준 1만5,000원, 4인 2만원. (033)563-8787
평창 율치리 마을 - 영화속의 동막골 그대로
평창군 미탄면 율치리. 인적 드문 산골 마을에 최근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연일 한국 영화의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웰컴투 동막골’의 세트장 덕이다. 영화의 감동을 못 잊은 팬들이 상상 속 순수의 땅으로 찾아 드는 것이다. 폐광촌으로 버려진 야산에 아늑하게 조성한 완벽한 하나의 화전민촌. 촌장집, 김선생집, 아군과 인민군이 평상을 사이에 두고 머물던 집, 옥수수가 팝콘으로 변한 곳간 등이 영화 속 그대로 남아있다. 마을 위쪽에는 추락한 비행기 잔해까지 있다.
평창에서 정선 방향 42번 국도를 타고 가다 멧둔재 터널을 지나 2km 지점에서 영월 방향의 413번 지방도로 빠져 다시 2km 가량 가면 율치리다. 큰 도로에서 1.5km 농로를 타고 올라가면 된다.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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