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중국 베이징서 속개된 4차 6자회담에서 경수로를 강력히 요구하고 이에 미국이 즉각 거부하고 나서 6자회담이 난기류에 휩싸이고 있다. 극적인 변화가 없다면 이번 회담에서 공동문안 타결은커녕 6자회담 틀 자체가 흔들릴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과 현대아산측이 대북관광사업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평양서 열리고 있는 16차 남북장관급 회담도 난항을 겪는 등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 전반에 걸쳐 경색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우리는 현 단계에서 북한의 경수로 제공 요구가 무리일 뿐만 아니라 실익이 없다는 점을 지적해두고자 한다. 미국이 최근 들어 북한에 대해 비교적 유연한 자세를 보여주고 있으나 북한의 경수로 요구를 받아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그 동안 평화적 핵 이용권 문제 등에서 북한 입장에 이해를 표시해왔던 남한과 중국, 러시아도 당장 경수로를 보장하라는 북한의 요구에는 매우 부정적이다.
북한은 경수로 제공이 어렵다면 영변의 5메가와트 흑연감속로를 계속 보유하게 해달라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이는 6자회담에서 안전보장 등과 핵 폐기를 주고받는 합의가 이뤄진 뒤에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경수로나 흑연감속로를 카드로 계속 보유하겠다는 계산일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 무기 포기 대가로 안전보장과 미국 및 일본과의 수교, 에너지 제공 등을 얻어내고 동시에 자국 영토 내에 원자로를 계속 갖겠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이 같은 요구가 6자회담을 깨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핵무기 개발의 여지를 남겨두려는 술책으로 여기고 절대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금 기대 난망한 일에 낭비할 시간이 없다. 먼저 산뜻하게 핵 관련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한 다음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한 뒤 경수로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이 진정으로 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릴 의지가 있다면 무리한 요구로 6자회담 참가국들의 인내심을 고갈시킬 것이 아니라 과감한 양보를 통해 국제사회로부터 감동과 신뢰를 이끌어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김윤규 부회장 퇴진을 둘러싸고 현대와 벌이고 있는 신경전에서도 대범한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핵 문제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범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북한은 “북한은 100% 포식하려 들지 말고 80% 정도의 포만감에 만족해야 한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충고를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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