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차 남북 장관급 회담 이틀째인 14일 남북은 첫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모두발언부터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평양 고려호텔 내 회담장은 과거의 직사각형 테이블이 타원형으로 바뀌고 곳곳에 중국산 방향제가 설치되는 등 외형상으로는 부드러운 분위기였다.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현대와 북한의 갈등, 6자회담의 더딘 진전 등으로 회담은 시종 빡빡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김계관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가 원칙은 견지하되 유연성을 발휘하겠다고 한 말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 역사적 기회를 낚아채 이번 6자회담에서 결말을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측 대표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는 특별한 대답 없이 “통일문제를 우리민족끼리 해결해 나가자”는 원칙론만을 개진했다.
기조발언에서도 남북의 입장 차이가 드러났다. 정 장관이나 권 참사 모두 한반도 평화를 언급했지만, 해결책은 상반됐다.
정 장관은 우선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고 있는 6자회담에서 공동문건이 채택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핵 문제 해결 이후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각종 방안을 제의했다. 2000년 9월 한 차례 개최된 이후 중단된 남북 국방장관회담 재개를 통해 군사적 긴장 완화를 논의하자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또 1980년대부터 남측이 꾸준히 제안했으나 북측의 거부로 무산됐던 서울_평양 상주연락대표부 설치도 다시 제안했다. 추상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보다는 남북간 의사소통과 협력의 폭을 넓히자는 실질적인 평화정착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북측은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 국가보안법 폐지 등 해묵은 논리로 맞섰다. 북측은 “남북관계 발전을 결박하고 있는 과거의 낡은 틀, 명분, 형식을 버리고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며 “이와 배치되는 법률과 제도를 철폐해 나가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또 경제협력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다만 “남북이 모두 6ㆍ15 공동행사 이후 3개월간 성과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했다”는 게 남측 회담 관계자의 설명이다.
남북 대표단은 전체회의 이후 따로 식사를 한 뒤 고구려 광개토대왕 시절 처음 조성된 평양 대성산 광법사를 참관했다. 정 장관은 대웅전 불상 앞에서 3배를 올리고 북측 주지스님을 만나 전 조계종 총무원장인 법장스님의 입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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