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작할 수 있겠지만,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동화이나 기괴하다. ‘비틀쥬스’ ‘가위손’ ‘크리스마스의 악몽’ 등 순수함과 동심을 마냥 찬양하는 세계명작동화류와 동떨어진 엽기 동화를 만들어 온 팀 버튼 감독이 그의 단짝 조니 뎁과 만났으니 당연하다.
세계 최고의 초콜릿 공장을 운영하는 윌리 웡카(조니 뎁)는 초콜릿 포장지 안에 5장의 황금 티켓을 숨겨 놓고 이를 찾은 어린이 5명을 공장으로 초대, 그 중 한명에게 공장을 물려주겠다고 한다.
당첨된 아이들은 식탐이 대단한 뚱보 소년, 원하는 것은 뭐든 사달라고 조르는 부잣집 외동딸, 승부욕으로 똘똘 뭉친 소녀, 똑똑하지만 버릇 없는 소년 등과 가난하지만 착한 주인공 찰리(프레디 하이모어)다. 결국 승자는 쓰러져 가는 집에서 친ㆍ외조부, 부모와 살며 매일 양배추 스프로 배를 채우지만 사랑을 받고 자란 찰리다.
찰리의 엄마로 출연하기도 한 헬레나 본햄 카터와 가정을 이룬 팀 버튼 감독은 왜곡된 부모-자식 관계가 화를 부른다는, 다소 끔찍한 주제를 숨겨 놓았다.
거대한 성과 같은 공장에 혼자 살며 사람들과 화합하지 못하는 웡카는 자신이 탈락시킨 4명의 어린이들과 닮아 있다. 이들을 망쳐 놓은 이는 공통적으로 비정상적인 부모다.
원작 동화와 달리, 초콜릿을 먹지 못하게 했던 아버지와 웡카가 결국 화해하는 과정을 삽입한 것도 정상적인 부모-자식 관계의 회복만이 자식들의 행복을 보장한다는 주제를 확실하게 한다. 이는 전작 ‘빅피쉬’에도 드러났다.
초콜릿이 폭포에서 떨어져 강을 이루고 사탕이 주렁주렁 열려 있는 초콜릿 나무, 한 줌 뜯어 입에 넣고 싶은 민트 풀밭, 그리고 소인족 움파룸파족까지 동화책의 상상력을 고스란히 옮겨 온 듯한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탄성이 나온다. 특히 초콜릿 강은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77만 리터의 초콜릿을 실제로 쏟아 부어 만들었다.
동화 ‘헨젤과 그레텔’을 통해 꿈꿔 왔던 과자와 초콜릿으로 만들어진 집이 실제 눈 앞에 펼쳐지는 것만으로 관객들은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이다.
미국 개봉 당시 영화에 얽힌 부가적인 이야기도 화제가 됐다. 고립된 성에서 왕처럼 군림하고 하얗게 칠해진 얼굴에 요란한 복장을 하고 있는 웡카의 모습이 마이클 잭슨을 묘사했다는 분석이 있었으며, 팀 버튼이 애초에 하드코어 록가수 마릴린 맨슨에게 웡카역을 제의했다는 점도 재미 있다.
조니 뎁은 내내 초콜릿 세트에서 연기했으나 그는 사실 초콜릿 알러지가 있어 초콜릿을 입에 대지도 못한다고 한다. 16일 개봉. 전체.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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