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신라 때 세워진 불국사 석가탑(국보 21호)이 고려 초기인 11세기에 한차례 중수(重修)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석가탑 출토 유물 가운데 일부는 고려 초기의 것일 가능성이 높아 향후 미술양식 연구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966년 석가탑 해체 수리 당시 발견한 묵서 뭉치를 일부 검토한 결과 이 서류가 석가탑 중수기(重修記)로 확인됐다고 14일 밝혔다. 손바닥 만한 크기로 엉켜 있는 묵서 뭉치에는 낱장마다 붓으로 쓴 글씨가 빽빽하게 기록돼 있다.
박물관 이영훈 학예연구실장은 “뭉치에서 떼어 낸 일부 낱장의 글을 통해 이 묵서가 11세기께 작성된 석가탑 중수기라는 사실을 일단 파악할 수 있었다”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내용 연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석가탑에서 발견된 무구정광다라니경, 사리함, 향로, 거울 등의 유물은 지금까지 모두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분류됐으나 이번 중수기 확인에 따라 이들 중 일부는 고려 초기의 유물로 수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렇게 될 경우 우리나라 고, 중세 불교미술양식에 대한 기존 학설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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