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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美언론 냉정한 일본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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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美언론 냉정한 일본읽기

입력
2005.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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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총선 압승에 대해 “그는 대담한 지도자이고 좋은 친구다”라며 “양국의 긴밀한 관계 유지를 희망한다”고 말하는 등 덕담으로 일관했다.

이라크전 등 세계전략 수행의 차원에서 미.일 동맹이 긴요한 그로서는 당연한 발언을 했다. 그러나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일본 총선 결과를 보는 시각은 사뭇 달랐다.

뉴욕타임스는 13일자 사설에서 “이번 선거는 군국주의 전통에 대한 고이즈미 총리의 현명치 못한 집착에 길을 틔워 줬다”며 “그의 신사참배와 독단적 군사정책은 아시아에 경종을 울렸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평가할 만한 것은 우정사업 민영화 개혁뿐이라는 뜻을 담아 사설 제목을 아예 ‘일본 총선에 있어 유일하게 좋은 것’이라고 달았다. 보다 다원화한 민주주의, 이웃나라와의 좀더 건설적인 관계 등은 일본의 숙제로 남겼다.

워싱턴포스트의 사설은 한층 다각적이다. 군국주의 부활 우려를 바탕에 깔면서 “야당 참패로 일본은 사실상 일당 정치로 복귀할 우려가 있다” “자민당 내 기득권 세력 때문에 1년 후에 물러날 고이즈미 총리가 우정개혁 조차 제대로 끌고 갈지 불확실하다”는 등의 메스를 들이댔다.

이렇듯 미국의 주류는 냉정을 잃지 않고 있다. 그들은 과거사와 관련, 중국은 거론하면서 한국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을 정도로 냉정하다.

일본과의 특수한 역사적 관계 속에서 일본의 우경화에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뜻까지 내비쳤던 우리 정부는 더욱 더 냉정해져야 할 처지에 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정치 도박 승리에 현혹되거나 그의 반전을 정치적 성공 모델로만 바라보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부러워할 일이 아닌 것이다.

고태성=워싱턴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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