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반발을 의식한 여당이 소주세율 인상 철회를 공식화했는데도, 경제부총리와 기획예산처 장관 등 주무부처 장관들의 세율 인상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은 14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소주와 위스키 세율을 올리더라도 맥주세율은 2007년까지 단계적으로 인하되므로 전체 세부담은 감소한다”면서 “국가 정책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높은 독한 술에 높은 세금을 물리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소주세율을 올리면 공장 출고가는 97원 상승한다”며 “이 정도로는 소매점 가격이 1,200~1,400원, 식당 판매가격이 3,000~4,000원인 현재의 소주가격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변 장관은 “소주가 서민들이 애용하는 술이 된 것은 일제시대에 전통적인 각 지역의 순한 술을 없애고 소주에 낮은 세금을 매겼기 때문”이라면서 “국민건강 차원에서 볼 때도 독한 술에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과음하는 술 문화를 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덕수 경제부총리도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불리한 세수여건을 감안하면 소주세율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세율 인상에 반대하는 여당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위스키와 소주 세율에 차등을 뒀다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당한 적이 있는 만큼 소주까지 올리는 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며 “여당의 반대 의견은 국회 논의과정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주세율을 둘러싸고 정부와 여당이 이처럼 세수 부족과 여론 악화를 이유로 좀처럼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향후 당정협의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소주세율 인상을 철회하되, 부족한 재원을 정부 보유 기업은행 지분의 매각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제기하고 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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