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려나무숲’은 여자들의 이야기다.
두 살 차이 밖에 나지 않지만 새엄마와 딸로 만나, 평생을 친구처럼 의지하면 살아온 두 여자와, 할머니와 엄마의 운명을 어쩔 수 없이 닮아가는 여자 화연(김유미) 등 삼대에 걸친 여자들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거제도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새엄마와 딸이 끈끈한 우정을 나누게 된 것은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이다.
아내가 벌어오는 돈으로 먹고 살면서도 툭 하면 아내를 때린다. 심지어 한마디 상의도 없이 딸을 먼 동네 꼽추에게 팔아 넘기고 그 대가로 받은 돈을 저잣거리에서 술 마시는데 날린다.
영화는 거제도의 조선소에 근무하던 시절 화연과 짧은 사랑을 나누고 기약 없는 약속만 남긴 채 떠난 인서(김민종)가 이 세 여인의 이야기를 회상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시나리오로 소재와 액자식의 구성은 매력적이나 의외로 영화에 공감하기는 어렵다. 감정은 과잉이고 인물들은 어딘가에서 숱하게 봐 온 듯 전형적이다.
진행은 고루할 정도로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배경이 되는 거제도는 아름답지만 작위적인 느낌을 주며 반항 한 번 못하고 가부장적인 남성에게 당한 후 어깨를 기대고 울기만 하는 여자들의 모습은 지루하다. 물론, 세련된 멜로 영화에만 익숙해진 탓일 수도 있다. 꾸미지 않은 투박함과 담백함에서 오는 매력은 있다.
조은숙과 김유미가 평소의 도회적 이미지를 벗고 모진 세월을 억척스럽게 이겨낸 섬 여인을 연기하며 이경영도 오랜만에 영화에 출연했다. 유상욱 감독. 15일 개봉. 15세.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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