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명가의 수성이냐 신흥 세력의 발호냐.
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가 14일 ‘섬머 퀸’을 가리는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에 돌입한다. 방어쪽은 4번이나 리그(겨울리그 3번)를 제패한 전통의 춘천 우리은행. 도전자는 지난 겨울리그 꼴찌에서 당당히 여름리그 챔프전 티켓을 거머쥐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신한은행이다.
두 팀이 은행 라이벌 이라는 점을 떠나 국내 여자농구 최고감독이란 영예를 놓고 벌이는 박명수(우리은행)-이영주 감독의 신경전과 ‘돌아온 미시가드’ 전주원(신한은행)과 ‘총알가드’ 김영옥(우리은행)의 물밑 자존심 대결이 후끈 달아오른 챔프 전에 흥미를 더하고 있다.
팬들의 관심은 김영옥이 과연 지난 겨울리그에 이어 친정팀에 또다시 한풀이를 할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김영옥은 지난해 9월 아테네올림픽에서 돌아오자 마자 신한은행(전 현대)에서 우리은행으로 전격 트레이드 됐다. 배신감이 휩싸인 김영옥은 겨울리그에서 신한은행전 11연승을 이끌어 자신을 방출시킨 친정 팀에 단단히 화풀이를 했다. 하지만 김영옥은 지금도 당시의 앙금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듯하다. 여름리그 도중 부러진 코뼈 수술도 뒤로 미룬 채 신한은행 과의 결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양팀의 정규시즌 전적은 2승2패로 호각세다. 경기 내용면에서도 승부의 추가 한쪽으로 쏠리는 경우가 거의 없어 누가 이길 지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하지만 개관적인 전력상 우리은행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김영옥의 깔끔한 조율아래 김계령-이종애-홍현희로 이어지는 국내 최강의 센터진이 강점이다. 여기에 공수에 뛰어난 실비아 크롤리라가 용병이 버티고 있어 신한은행으로선 버거운 상대다.
그러나 이영주 감독은 전혀 우리은행에 뒤질 것이 없다며 결의를 다짐하고 있다. 플레잉 코치인 전주원의 지휘아래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탄탄한 조직력이 신한은행의 장점이다. 또한 우리은행에 비해 지명도는 떨어지지만 선수진, 진미정, 강지숙, 최윤아 등 주전과 벤치의 조화가 잘 돼 있다는 점도 이 감독의 어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미라 MBC 해설위원은 “5차전까지 가는 대접전이 예상된다. 우리은행이 전력상 우위긴 하지만 부담감이 없는 신한은행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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