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의 대표이사직 박탈 건으로 현대그룹과 갈등을 빚고 있는 북한측이 개성관광 사업권을 롯데관광에 제안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북측의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그룹이 독점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개성관광에 대해 북측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김 부회장 건을 빌미 삼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길들이겠다는 차원을 떠나 궁극적으로 대북관광사업의 채널을 다변화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현대그룹은 1989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최초로 방북, 북측과 금강산관광 의정서를 맺은 이래 대북관광사업을 사실상 독점적으로 진행해왔다. 1998년 11월부터 금강산 관광을 시작했고, 7월 현 회장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간의 면담으로 백두산과 개성관광도 현대의 몫이 됐다.
본관광이 언제 시작될지 미지수이긴 하지만 개성시범관광도 현대측이 주관해 3차례 실시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개성관광은 2000년 북측과 맺은 7대 사업독점권에 적시돼있으며 김 국방위원장도 현 회장에게 백두산관광과 더불어 개성관광을 실시할 것을 약속한 만큼 현대가 독점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북측이 롯데관광에 개성관광 실시를 제안한 것은 우선 김 부회장 건과 관련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북측이 롯데관광에 개성관광을 제안한 시점은 ‘2005 평양오픈골프대회’ 마지막날인 지난달 29일로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 직을 박탈당한 지난달 19일 이후이며 김 부회장 건에 항의, 금강산 관광객수를 하루 600명으로 축소하겠다고 통보한 25일 직후이기 때문이다.
북한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 직을 박탈당한 것에 대해 “현대가 배반을 했다”고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사업과 관련해 현대측에서 먼저 배반을 한 만큼 이에 상응하는 조치로 현대의 대북사업 독점권을 더 이상 유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물론 김 부회장 건이 단초가 되긴 했지만 하루 아침에 북측의 태도 변화를 가져올 정도로 결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강산에서 관광 노하우를 어느 정도 쌓았고 비즈니스 마인드까지 갖추게 된 북한이 직접 실리 챙기기에 나섰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즉 현대가 아닌 다른 기업에 개성 사업권을 주는 조건으로 별도의 대가를 받아낼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더 나아가 북한이 ‘돈 되는 장사를 왜 남에게 주느냐’며 대북 관광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일 수도 있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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