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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동막골… 한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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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동막골… 한국전쟁

입력
2005.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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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웰컴투 동막골’이 700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 흥행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1,000만 이상의 관객을 모은 ‘태극기 휘날리며’나 ‘실미도’에는 못 미치더라도 ‘친구’(800만)의 흥행성적은 충분히 위협할만한 대단한 선전이다. 이 정도의 관객동원은 영화의 주소비층인 10~20대를 넘어 거의 모든 연령층에 공감을 줄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영화가 보편적 정서의 획득에 성공했다는 의미다.

많이들 본 만큼 이런저런 자리에서 화제에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동막골’에 대한 논란은 좀 다르다. 영화적이 아닌, 이념적 측면이 종종 논쟁으로 비화된다. 발단은 한결같다.

“결국 이 영화의 스토리는 남북 군인들이 힘을 합쳐 미군과 싸우는 것 아니냐. 의도가 의심스러운 영화다”라는 누군가의 이의제기로부터 시작된다. 거기에 대고 “북한군 장교가 남침을 인정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느냐” “잘 먹이는 것이 영도력이라는 식으로 북한정권을 우회적으로 비판하지 않느냐”고 반박하는 것도 영 구차스럽다.

단언컨대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면서 그런 식의 해석이나 이념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 그는 모두가 마음 속에 한번쯤 꿈꾸었을 아름다운 삶과 인간의 얘기를 한편의 동화처럼 그려내고 싶었던 것 같다.

한국전쟁과 남북한 병사, 미군은 그를 위한 효과적인 소재로 선택됐을 뿐이다. “미국을 보는 시각이 마음에 든다”는 진보적 인사들의 ‘격려’에 감독이 오히려 당혹스러워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사실 앞서와 같은 예민한 반응은 낯설지 않다. ‘태극기 휘날리며’ 때도 “왜 국군의 학살 장면이 더 많이 나오느냐”라는, ‘실미도’ 때는 “어떻게 적기가(赤旗歌)를 내보낼 수 있느냐”는 따위의 ‘항변’을 종종 들었다. 사실 두 영화는 모두 역사의 이름으로 처참하게 희생되는 인간에 주목했을 뿐이다.

얘기를 돌려보자. 동막골의 시간적 배경은 인천상륙작전 직후다. 이 작전으로 배후가 잘려 북쪽으로 도주하던 북한군과, 낙오하거나 탈영한 국군이 그 주인공들이다.

요즘 한국전쟁의 판도를 뒤바꾼 그 인천상륙작전의 주역 맥아더의 동상을 철거하자는 난데없는 주장으로 시끄럽다. 보혁 갈등이라고 하나, 어쨌든 새삼스럽게 사회적 이슈로 만든 것은 ‘해방 60년’이 아니라 ‘미군강점 60년’인 올해 ‘양키 강점군 괴수인 침략자 맥아더’의 동상을 없애야 한다고 행동에 나선 진보 세력이다.

심지어 민중가수로 자처하는 누구는 맥아더를 살인자로 규정하는 노래까지 내놓았다. 현장의 진보단체 집회에서 불려졌다고 하니 그들의 인식을 상당부분 반영한 것으로 보아도 좋을 그 노랫말의 인식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치졸하고 일방적이다. 내용은 ‘고향에서 천대받고…, 이 나라를 접수하고…, 친일파들 앞세우고 이 나라를 동강내고…핵 폭탄을 터뜨려서 이 민족을 다 죽이려던… 맥아더’다.

대개의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가 그렇듯 맥아더에 대한 평가도 이렇듯 간단하게 결론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1차대전과 태평양전쟁, 한국전에서 보여준 군사전략가로서, 일본의 통치과정과 이후 트루먼 미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보여준 정치가로서의 면모에서 최상의 찬사와 극단적인 비난을 함께 받는 인물이다. 심지어 인간적 평가조차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여기서 맥아더의 전략과 구상이 좌절됐더라면, 또 모두 실현됐더라면 이후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식의 가정은 보류하자. 그건 또 다른 차원의 복잡한 논의로 연결되는 것이니까. 다만 목적을 위해 역사와 현상의 일부 측면 만을 선택해 부각시키는 독선과 아집의 문화가 우리 사회에서 버젓한 견해로 존재하고, 또 나름대로 대접까지 받는 현실이 서글프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모두들 제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는 것, 이게 지금 우리사회 갈등의 진짜 원인이자 죽어도 해결되지 않는 이유다.

이준희 문화부장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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