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펀드 수수료에 대해 정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펀드 가입자들은 수수료가 너무 높다고 불만이고, 자산운용사는 지나친 출혈 경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이 같이 모순된 반응이 나오는 것은 운용보수에 비해 판매보수가 지나치게 높은 현실 때문이다.
현재 주식형 펀드의 평균 보수는 연 2.5% 안팎이다. 이 중 판매보수가 연 1.8%, 운용보수는 0.6% 수준. 펀드의 평균 잔액이 1,000만원이라면 판매사가 18만원을 챙겨가고 운용사 몫은 6만원에 불과한 셈이다.
단순히 판매만 하는 회사가 실제 투자자의 돈을 불려주는 운용사보다 훨씬 많은 보수를 받다 보니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사람이 챙기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반면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운용사가 판매사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고 있다.
사실 판매보수의 과다책정은 국내 자산운용업계의 고질적 문제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적립식 펀드의 인기와 함께 장기투자 문화가 확산되면서, 일단 상품을 판매한 후에는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판매사가 매년 높은 수준의 보수를 챙겨가는 것에 불만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1%의 수익률이 아쉬운 투자자 입장에선 매년 2%가 넘는 보수를 낸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수익률을 올리는데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 회사에 보수를 줘야 하니 억울하게 여기는 것도 당연하다.
물론 분기별 운용보고서 발송, 고객상담과 불만 처리 등(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낮을 때 운용사가 아닌 판매사에 항의를 한다) 판매사의 역할도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런 서비스가 보수만큼 만족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금융감독 당국이 판매보수가 지나치게 높다는 여론과 관련, 적립식 펀드 등을 판매할 때 한번 만 판매보수를 떼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선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운용사들도 수탁액 규모와 가입기간 등에 따라 보수를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이른바 ‘멀티클래스 펀드’ 출시를 늘릴 필요가 있다.
수탁액이 많고 가입기간이 길수록 수수료를 낮춰준다면 투자자 부담이 줄고 장기투자 문화 확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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