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대한 늑장 대처로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뒤늦게 민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12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전날 최대 피해 지역 뉴올리언스를 찾아 군함 짐마호에서 하룻밤을 묵고 군용 트럭을 탄 채 직접 피해 현장을 누비는 열성을 보였다. 앞서 두 번의 방문 때 피해 현장을 비행기 위에서 지켜보거나 살짝 들렀던 데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것이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흑인의 거센 반발을 누그러뜨리려 애썼다. 12일 그는“카트리나 재앙에 대한 늑장 대응이 피해자 대부분이 흑인이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에 “폭풍우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며 복구 노력도 마찬가지”라며 펄쩍 뛰었다.
그러나 등 돌린 민심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 여론 조사 결과 응답자 중 54%가 카트리나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대응이 잘못됐다고 답했다. CNN의 여론 조사에서는 흑인 응답자 중 76%가 부시의 잘못을 지적할 정도로 흑인 민심은 차가웠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에 대한 흑인과 백인 사이의 인식차도 상당했다. 흑인 응답자 대다수(워싱턴 포스트 71%, CNN 60%)는 피해자가 흑인이었기 때문에 연방 정부가 소홀했다고 답한 반면, 백인 응답자 대다수(워싱턴 포스트 69%, CNN 86%)는 이를 부정했다.
한편 이날 방재 비전문가로서 카트리나 재해 늑장 대처의 주범이라고 여론의 질타를 받아온 마이클 브라운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 청장이 자진 사퇴하자, 부시 대통령은 지체 없이 FEMA청장 직무대행으로 데이비드 폴리슨 소방청장을 임명했다.
폴리슨 청장은 1992년 허리케인 앤드류 재해 및 각종 참사 현장의 구조 작업에 참여한 베테랑 소방구조대원 출신으로, 소방·방재 경력이 풍부하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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