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新 고이즈미 시대] <3> 총선승리와 日 우경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新 고이즈미 시대] <3> 총선승리와 日 우경화

입력
2005.09.13 00:00
0 0

누구도 예상 못했던 고이즈미 자민당의 압승은 일본 사회에 분명하고 단호한 메시지를 던져 주었다. 그것은 일본 국민들이 더 이상 개혁의 지연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과 민주당이라는 여야의 구별은 별 의미가 없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말대로 ‘개혁에 찬성하는 자와 반대하는 자에 대한 선택’이었을 뿐이다. 비례대표구와 도시지역 표의 급증 등 자민당에 대한 지지층의 변화는 이를 증명한다.

자민당이 도쿄 25개 선거구에서 23석, 전국 주요 도시의 베드타운 85개 선거구에서 71석을 획득한 이례적인 현상은 고이즈미 압승이 개혁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낡은 자민당을 부셔버리겠다”며 개혁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칠 것 같은 고이즈미 총리의 모습에 열광한 국민들은 일본 정치사에 유례 없는 역사적인 사건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 같은 열망은 정치에 대한 오래된 배신감에서 비롯됐다. 1993년 자민당_사회당의 ‘55년 체제’가 붕괴됐을 때 정치가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일본적 정치 관행을 타파하라는 국민들의 경고로 받아들였어야 했다. 그러나 일본 정치가들은 입으로는 개혁을 외치면서도 기득권에 집착해 주저앉아 버리는 구태를 반복했다. 정치ㆍ경제적으로 엄청난 기득권이 얽혀 있는 우정개혁의 지난한 추진 과정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역사적인 승리를 쟁취한 고이즈미 총리는 이제 개혁이라는 멈출 수 없는 불마차에 올라타게 됐다. 유권자들은 자민당이 아니라 개혁에 표를 던진 것이기 때문에 여당이건 야당이건 개혁을 향한 전진만을 강요받게 됐다.

고이즈미 총리는 우정개혁이 모든 개혁의 출발점이고, 또 모든 개혁과 연관된다고 주장해 왔다. 우정개혁은 결과적으로 낡은 자민당의 지지기반을 통째로 바꾸는 등 정치 구조 개혁에도 파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또 일본 정치가들은 새로운 고이즈미류 정치 방식을 벤치마킹함으로써 일본 정치의 이미지 자체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 자민당의 압승은 새로운 자민당과 새로운 일본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희망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많다.

그러나 걱정되는 것은 고이즈미 압승 정국이 자칫 일본 사회의 우경화도 가속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패전 후 묘한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가운데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고 있는 우익세력들은 자민당 압승을 교묘하게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개혁가면서도 대중영합적 정치가로서의 면모도 갖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의 이중성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단독으로 296석, 공명당과 합쳐서 327석을 획득한 자민당은 마음만 먹으면 과거 회귀적 독주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야당 의석이 134석에 불과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새로 구성될 중의원에서 개헌에 찬성하는 의원이 여야를 합쳐 90%를 넘는 상황이 돼 우익 세력의 염원인 평화헌법의 개헌도 보다 현실화하게 됐다. 또 침략의 역사를 왜곡하고 미화하는 작업도 더욱 노골화할 가능성이 크다. 채택률 0.5% 미만으로 막을 내린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의 역사교과서 채택과정에서 드러난 자민당 의원들의 노골적인 지원활동은 이 같은 우려를 더욱 증폭시킨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