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아산 회장이 북한과의 갈등에 정면 대응의지를 밝히고, 북측이 개성관광사업을 현대아산 대신 롯데관광에 제안한 사실이 알려진 13일 통일부는 답답하다는 표정이었다. 민간기업의 일인데다 북측이 얽혀있는 사안이어서 개입이 쉽지 않지만, 사업의 상징성 등을 감안할 때 방관할 수만도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남북 화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돌발상황이 잇따르는 데 대해 우려를 표시하며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 관계자는 “민간기업과 북측, 민간기업 대 민간기업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정부가 쉽게 나설 사안이 아니다”며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방적인 조치를 취한 북측이나, 기업 내 갈등으로 이 같은 사태를 촉발한 현대 모두에 대해 섭섭해 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정부는 13일부터 평양에서 개막된 16차 남북 장관급 회담을 협의 통로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공식 회담의제는 아니지만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이 문제를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평양 방문에 앞서 회담 수석대표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금강산 관광객 수 축소 등에 대해 국민이 우려하고 있다”며 “원만하게 풀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롯데관광이 북측의 제의대로 개성관광 사업자 승인을 신청할 경우 절차에 따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현대는 2002년 3월 개성관광 사업승인을 받은 상태이지만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지는 않다.
한편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정부가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 대변인은 “북한의 돌출적 행동은 작게는 현대아산, 크게는 남북경협의 발목을 잡을 일이 분명하다”며 북한의 시각과 가치관을 남한의 사기업에까지 고집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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