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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총선 '오일 머니' 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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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총선 '오일 머니' 희비

입력
2005.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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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나라의 이상한 선거’. 유엔개발계획(UNDP)이 삶의 질로 따져본 ‘살기 좋은 나라’에서 5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노르웨이에서 12일 총선이 실시됐다. 여느 나라와 다른 노르웨이의 선거는 ‘유가폭등이 빚은 흥미로운 정치현상’이란 표현에 가까웠다.

선거의 최대 쟁점은 원유수출로 벌어들인 ‘오일 머니’의 사용처. 낮은 실업률과 풍부한 사회보장에도 불구하고 유권자, 특히 여성들은 이에 매우 예민했다.

당초 여론조사 기관들은 오일 머니의 사용에 신중론을 편 중도우파 여당의 승리를 점쳤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복지에 더 많은 오일 머니를 쓰겠다는 노동당 주도의 ‘적-녹 연합’의 손을 들어 주었다. 20년만의 과반수를 넘는 좌파정권의 탄생, 그리고 집권 4년간 서유럽 최고의 경제성장이란 성적을 이룬 여당의 운명이 오일 머니로 갈린 셈이다.

노르웨이가 1996년부터 후세를 위해 조성한 오일 머니는 1,920억 달러. 460만 국민 한 사람에게 4만1,000달러씩 돌아가는 이 돈은 최근 유가급등으로 부쩍 늘어났다. 유권자들은 이 돈을 더 많이 쓰겠다는 당을 적극 밀어주는 투표성향을 보여줬다. 극우 진보당은 이에 영합해, 오일 머니로 연금 생활자들이 지중해에서 휴가를 보내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 의석 수를 13석에서 37석으로 늘리며 제2당으로 급부상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전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은 원유 등에 대한 증세로 일자리 창출과 노인복지, 교육에 투자하겠다고 공약, 19석 늘어난 62석을 차지했다. 노동당이 주도하고 사회좌파당, 농민중심당이 참여한 야권 3당의 ‘적-녹 연합’은 전체 169석 가운데 최소 88석을 얻어 정권교체에도 성공했다.

반대로 복지를 위한 오일 머니의 사용에 반대한 집권여당은 81석을 얻는데 그쳤다. 키옐 마크네 본데빅 총리는 “노동당의 증세정책이 경제성장세를 꺾을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유권자들은 “여당의 감세정책이 오일머니의 혜택을 부자들에게만 돌려준다”는 노동당의 주장을 선택했다. 1인당 GDP 4만 달러로 룩셈부르크에 이은 유럽내 2위, 3.7%의 낮은 실업률을 이끈 본데빅 총리는 10월14일 내년 예산안 제출 뒤 물러날 예정이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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